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함께 해외로 도피한 뒤 송환을 거부해왔던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 김모씨가 이르면 이번 주 국내로 압송된다. 쌍방울의 자금 흐름을 꿰뚫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씨가 송환되면 검찰 수사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는 7일 태국 현지 법원에서 열린 송환 거부 재판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소 포기 의사를 밝힌 김씨는 조만간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쌍방울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 직전인 지난해 5월 캄보디아로 도주한 지 9개월 만이다.
김씨의 송환은 대북 송금 의혹을 비롯한 쌍방울 수사 전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800만 달러를 해외로 밀반출해 북한 측엔 전달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 전 회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일부 혐의에 대해 입을 열었지만, 구체적인 자금 흐름과 관련해선 “김씨가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서도 김씨 조사가 필수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쌍방울이 이 대표의 변호사비를 전환사채(CB) 거래 등을 통해 만든 자금으로 지불했다는 게 의혹의 뼈대인데, 김씨는 김 전 회장의 매제이자, 그룹 재경총괄본부장으로 일했었다. 검찰은 앞서 지난 3일 김 전 회장을 구속 기소하면서 “촉박한 시한으로 기소하지 못한 범죄 사실들은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회장의 해외 도피 생활을 도운 수행비서 박모씨도 이날 국내로 압송됐다(사진).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사용하던 차명폰 등 박씨가 캄보디아에서 체포될 당시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들도 확보해 분석에 들어갔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