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쇼… ‘잘못된 격식·그들만의 리그’ 바꾸고 싶었죠”

입력 2023-02-07 04:05
조성준 엑스골프 대표가 지난달 30일 쇼골프 김포공항점에서 드라이버채를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 대표는 “골프로 밥을 먹고 살지만 실력은 보기 플레이(90타 전후) 정도로 평범한 편”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조성준 엑스골프 대표는 골프업계의 이단아다. 20년 전 팩스로 골프장을 예약하던 시절, 국내 최초로 골프 부킹 사이트를 만들었다. 2년 전에는 짜장면을 시켜 먹을 수 있는 신개념 골프 연습장 ‘쇼골프’를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조 대표는 늘 스스로 묻는다. “왜 골프는 ‘그들만의 리그’여야 할까? 왜 심각한 내기 문화가 되어야 할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 보니 20년이 훌쩍 지나갔다. 배고팠던 32살, 단돈 500만원의 종잣돈으로 시작한 회사를 수백억원 가치의 전도유망한 플랫폼업체로 키운 그는 말한다. “골프는 쇼다.” 국민일보는 30일 쇼골프 김포공항점에서 조 대표를 인터뷰했다.

-어떤 생각으로 엑스골프를 만들었나.

“흙수저 출신으로 골프의 ‘골’자도 모르고 자랐다. 특수부대를 나와 23살에 아프리카 자이르란 나라에 다이아몬드 회사 사설 경호업체 직원으로 돈 벌러 나갔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미국 유학을 갔다. 유학 시절 보니 골프 부킹 문화가 인터넷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귀국해 보니 한국 골프장은 팩스로 신청을 받고 있었다. ‘골프장 부킹 담당을 1년만 하면 새 차를 뽑는다’는 말이 돌만큼 부킹 문화 자체가 투명하지 못했다. 그런 문화를 바꿔보고 싶었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인 만큼 영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전국 200여개 골프장을 찾아다니며 취지를 설명하면 다들 문전박대했다. 잡상인 취급받으며 쫓겨나는 게 일상다반사였다. 회사 이름에 ‘엑스’란 단어를 쓰니 처음에는 포르노 사이트로 오인받기도 했다. 그렇게 10년 동안 생고생했는데 노무현정부 들어 대중 골프장이 크게 늘어나고, 골프 인구가 증가하면서 사업이 잘 되기 시작했다. 처음 창업할 때는 카카오 등 대기업이 이 사업에 뛰어들리란 것을 상상하지도 못했다.”

-부킹문화 외에도 격식을 깨려고 여러 시도를 했다.

“사업 초기에는 대부분의 골프장이 7~8월 한여름에도 반바지 착용을 금지했다. 황사가 심한데도 캐디들은 마스크 쓰는 것을 금지당했다. 이런 점들을 개선하자는 캠페인을 많이 펼쳤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제는 대부분의 골프장에서 반바지 착용을 허용한다. 그래도 여전히 개선될 점이 많다. 과도한 그린피 문제도 그렇고, 소비자가 아닌 골프장 위주의 영업 방식도 여전하다. 조만간 소비자들의 반격이 시작될 것 같다. 젊은 세대들이 골프에 빠졌다가 최근 테니스 등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이런 불합리한 것을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

-2년 전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는 ‘쇼골프’ 연습장을 만들었다.

“한국에는 ‘시리어스(serious)한 골퍼’가 대다수다. 연습장에 가보니 정말 ‘닭장’처럼 좁은 공간에서 공만 노려보고 있더라. 옆자리 동반자한테 조언을 해 주려 해도 ‘비공식 레슨 시 퇴장 조치’라는 팻말에 기가 죽었다. 골프를 엔터테인먼트로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넓은 연습장을 빌려서 십수억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했다. 타석을 넓게 만들어서 엄마 아빠는 연습을 하고, 아이들은 편한 자리에서 배달 음식을 먹으며 떠들 수 있게 만들었다. 밤에는 록 볼링장처럼 신나는 음악 아래 조명을 받으며 흥겹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골프업계에서는 ‘조 대표가 망하려고 작정했다’는 뒷말이 나왔지만 쇼골프 연습장은 평일에도 빈 타석이 없을 정도다.”

-향후 계획은.

“엑스골프를 데이터 회사로 만들려 시도 중이다. 쇼골프 연습장에 ‘플라이트스코프’라는 스윙분석기를 설치해 자신의 스윙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엑스골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끔 할 예정이다. 쉽게 말해 지난해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가 200m 나왔는데 180m로 줄어들면 샤프트를 바꾸라고 조언을 해주는 영업 방식이다. 사람들이 골프를 즐기면서 실력을 향상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데이터 기반 영업이 향후 골프업계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다. 해외 사업으로는 이른바 ‘은퇴골프’를 준비 중이다. 연금 받고 사는 이들이 국내에서 골프를 치기에는 비용이 너무 비싸다. 가까운 일본은 골프장 가격이 국내의 10분의 1이다. 그리고 거의 모든 골프장에 온천이 나온다. 일본은 동남아처럼 너무 덥지 않고, 이동 거리상으로도 부담이 없다. 일본 골프장을 인수해 은퇴자들이 부담 없이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직원들이 조 대표를 소 닭 보듯 지나친다.

“직원이 130명 정도인데 초창기 멤버들이 많아 서로 무시하면서 산다(웃음). 월급을 많이 줄 수 없어 최대한 편하게 일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사무실에서 편하게 입으라고 수면바지를 사주거나, 저녁 데이트를 준비하라고 여성 화장실에 고데기나 화장품을 비치하는 정도다. 음악을 듣든지, 팔에 문신 드러내놓고 일하든지 상관 하지 않는다. 업무시간에 집중만 하면 된다. 조만간 추가 투자 유치를 통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예상대로 2년 뒤 증시에 상장하면 직원들과 수익을 나누겠다.”


이성규 경제부장, 임송수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