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화물차 안전운임제를 폐지하고 표준운임제를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번호판 장사’로 불리는 화물 위·수탁제(지입제)도 시장에서 퇴출된다. 다만 여전히 화물연대 반발이 거세 관련 법 개정 논의 작업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6일 당정 협의를 열고 화물 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진행된 공청회에서 화물연대가 화주의 운임 강제성을 제외한 표준운임제 도입을 강하게 반대했지만 정부안대로 확정된 것이다.
표준운임제는 화주-운수사의 계약은 강제성 없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운수사-화물차 기사 간 운임계약은 강제한다. 안전운임제는 최소 운임으로 규정한 안전운임보다 적게 운임을 주면 건당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는데, 표준운임제는 처벌 규정을 없애 화주의 운임 결정권을 보장했다.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처럼 처벌 규정을 둔 나라는 없다”며 “화물차 기사 보호를 위해 차주 운임은 강제성을 둬 처벌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표준운임제는 안전운임제처럼 컨테이너·시멘트 품목에 한해 2025년 연말까지 3년 일몰제로 도입한다. 정부는 3년 뒤 성과를 분석한 뒤 지속 여부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화물 운송 산업에서 60년 넘게 이어진 지입제도 손보기로 했다. 지입제는 화물차 기사가 자신의 차량을 운송사 명의로 등록한 뒤, 운송사에 번호판 대여 비용인 지입료를 지불하는 관행이다. 화물차 기사는 지입전문회사에 번호판 사용료로 2000만~3000만원, 위·수탁료로 월 20만~30만원을 내야 한다.
정부는 운송 기능을 하지 않고 지입료만 받는 운송사 퇴출을 위해 운송사와 화물차 기사로부터 운송 실적을 신고받기로 했다. 운송 실적이 없는 운송사는 번호판을 회수해 퇴출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지입 계약을 할 때는 차량을 운송사가 아닌 화물차 기사 명의로 등록하도록 하고, 번호판 사용료를 받는 관행도 전면 금지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빨대 구조’를 퇴출하겠다”며 “국가 면허인 번호판 장사를 통해 수익을 중간에서 뽑아가는 구조를 이번 기회에 손보겠다”고 말했다.
화물운임과 유가 연동제를 포함한 표준계약서제도도 도입한다. 유류비 변동에 따른 운임 조정을 계약서 내용에 포함해 유류비가 오르면 운임에 제때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운행기록장치(DTG) 제출 의무 확대, 판스프링(화물고정장치) 고정 의무 신설 등을 통해 화물차 사고도 줄이기로 했다.
정부는 이달 중 개정안을 발의해 3월 중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지만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화물연대는 표준운임제가 화주의 책임을 삭제한 ‘개악’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폐지를 주장한 화주 대기업만의 의견을 선별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사실상 제도를 폐지하는 수준의 개악안”이라고 밝혔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