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색 어때?” 지난 5일 서울시 중구에 있는 롯데백화점 본점의 디올 뷰티 매장. 테스트용 립스틱을 입술에 바른 이정은(31)씨는 남자친구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씨가 왼쪽 손목에는 마스크를 끼고, 오른손에 손거울을 든 채로 어떤 색상을 고를까 고민한 지 15분째였다. 잘 어울린다는 대답에 이씨는 진열된 립스틱 하나를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3년 전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뒤 처음으로 산 새로운 색상의 립스틱이다.
지난달 30일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되면서 색조 화장품이 빠르게 팔려나가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일까지 2주간 색조 화장품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지난달 20일은 방역당국이 실내 마스크 해제 시점을 발표한 날이다.
‘실내 마스크 해제’에 따라 화장품 매장에서는 얼굴에 직접 테스트도 가능해졌다. 이씨는 “그동안은 입술에 발라보고 고를 수가 없어서 립스틱을 다 쓰면 원래 쓰던 색상을 인터넷으로 재구매했다”면서 “오늘은 신발을 사러 백화점에 온 건데, 화장품 테스트가 가능해져서 온 김에 새 것을 하나 사봤다”고 했다.
같은 매장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직원 김규리(22)씨는 실내 마스크 해제 이후 영업이 한결 쉬워졌다고 했다. 김씨는 “손등 테스트와는 달리 고객의 얼굴에 직접 테스트를 권하면 대부분 고객이 일단 발라본다. 절반 정도는 실제 구매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갑자기 마스크를 벗게 돼 급하게 화장품을 사러왔다고 말하는 고객이 많다”고 덧붙였다.
올리브영 서울대입구역점에 들른 박보영(17)양은 립 틴트 하나를 입술에 발라보더니 스마트폰을 꺼냈다. 마음에 드는 제품의 가격을 온라인과 비교해보기 위해서다. 고등학생인 박양은 “얼굴에 테스터를 직접 발라볼 수 있게 되니 자꾸 들어오게 된다”며 “오늘 발라본 제품은 가격이 저렴한 온라인으로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색조 화장품 매출은 증가세다. G마켓은 실내 마스크 착용을 해제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의 색조 화장품 매출이 직전 4일보다 40% 늘었다고 6일 밝혔다. GS샵 온라인몰의 색조 화장품 매출은 실내 마스크 해제 전후 일주일(1월 25일~31일) 동안 전년 동기 대비 157%나 뛰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로 모든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수요 증가에 맞춰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