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본고장 유럽서… 현대차그룹, 3위도 보인다

입력 2023-02-07 04:05

지난해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점유율이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다. 3위 르노그룹과의 격차를 0.01%까지 좁히면서 ‘톱3’ 진입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때 ‘바퀴 달린 냉장고’라는 혹평을 듣던 현대차그룹의 위상이 자동차 본고장 유럽에서 상전벽해하고 있다.

6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유럽 시장에서 106만989대를 판매했다. 점유율 9.40%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1위는 폭스바겐그룹(24.72%)이다. 이어 스텔란티스(18.18%), 르노그룹(9.41%) 순이다. 순위는 4위이지만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은 현대차그룹이다. 1년 전보다 점유율을 0.75% 포인트 늘렸다. 경쟁사 가운데 도요타그룹만이 0.69% 포인트 증가하며 보폭을 맞췄다. 폭스바겐그룹(-0.40% 포인트)과 스텔란티스(-2.01% 포인트)의 점유율이 낮아지면서 선두그룹과 격차는 좁혀졌다. 르노그룹(106만1560대)과의 판매량 차이를 불과 500여대로 줄이면서 3위 진입을 코앞에 뒀다.


지난해 유럽 자동차 시장은 역성장했다. 판매량은 1년 전(1177만4822대)보다 4.1% 감소한 1128만6939대로 집계됐다.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등 여러 악재가 겹친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오히려 판매량을 4.2% 늘렸다. 특히 친환경차 판매량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유럽에서 전기차 14만3460대를 팔았다.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다. 가장 많이 판매한 전기차는 기아의 니로 EV(3만8122대)다.

달라진 위상은 점유율뿐만 아니라 각종 평가에서도 나타난다. 기아 전기차 EV6는 지난해 유럽에서 ‘2022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영국의 권위있는 자동차 매체 탑기어는 지난해 ‘베스트 패밀리카’에 투싼을, ‘올해의 인기차량’에 현대차 N비전74를, ‘올해의 자동차 회사’에 기아를 선정했다.

현대차는 올해도 유럽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간다고 자신한다.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유럽 사업계획 물량(도매 기준)을 지난해보다 4% 늘린 59만3000대로 밝혔다. 기아는 4.2% 증가한 57만대를 제시했다. 현대차는 올해 유럽 시장에서 제네시스 전동화 모델, 아이오닉6, 신형 니로 EV 등 전기차 판매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