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사업비 내준 쌍방울, 대가로 국내 사업권 챙기려 했나

입력 2023-02-06 04:07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쌍방울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2018~2019년 경기도가 추진하던 대북 사업 비용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부담하고, 쌍방울이 그 대가로 국내 사업에서 이권을 챙기려 했는지를 집중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의 대북 송금 혐의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연관성을 찾기 위한 작업이기도 하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2019년 1~12월 황해도 스마트팜 사업 비용 등 명목으로 북측에 총 800만 달러를 전달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으로 지난 3일 김 전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그와 공모해 회삿돈 358억원 상당을 횡령·배임한 혐의를 받는 양선길 쌍방울 회장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추가 조사를 통해 북측에 건네진 돈의 대가성 여부 규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요구에 따라 2019년 1월과 4월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를 북측에 전달하는 과정에 경기도도 관련돼 있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이에 앞서 2018년 10월 방북 뒤 스마트팜 등 6가지 대북 사업 계획을 발표했었다. 해당 비용은 경기도 차원에서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지방의회 반대 등으로 난항을 겪었다. 검찰은 이런 상황에서 김 전 회장이 대타로 나선 것으로 의심한다. 김 전 회장은 송금 직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고맙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를 전후해 쌍방울이 경기도에서 추진하려던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쌍방울은 이 전 부지사가 킨텍스 대표로 있던 시기에 킨텍스 호텔과 태양광 시설 건립 사업에 참여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5월 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아이오케이 사업 목적에 ‘태양광 제조, 판매, 발전업’을 추가하기도 했다. 양 회장은 같은 해 9월 언론 인터뷰에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었다. 쌍방울이 계획하던 경기도 내 사업들은 실제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검찰은 사업 추진 과정 등을 면밀히 따져보겠다는 방침이다.

경기도와 쌍방울 간 연결고리로 대북 사업이 지목된 상황에서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전 회장의 불법 송금을 인지하거나 보고받았는지를 규명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국내 송환 당시만 해도 “이 대표를 모른다”고 주장했지만, 최근 검찰 조사에선 전화통화 내용 등 이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진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