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금융당국 압박에 애플페이 독점 포기

입력 2023-02-06 04:06
아이폰 사용자들이 손꼽아 기다려 온 ‘애플페이’가 3월 도입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이에 대한 독점 계약권을 앞세워 카드시장 점유율 1위를 노리던 현대카드의 계획엔 차질이 생겼다. 당국의 압박 속에 독점 계약이 ‘우선 계약’으로 바뀐 탓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신용카드사들이 필요한 관련 절차 등을 준수하면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여기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와의 계약에서 배타적 사용권 조항을 빼는 조건이 포함됐다. 이에 전 카드사가 애플페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앞서 현대카드는 지난해 8월 애플과 애플페이 국내 도입에 대한 독점 계약을 맺고 이를 추진해왔다. 현대카드의 전략은 애플페이가 채택하고 있는 결제 방식을 보편화하는 것이었다. 국내 가맹점이 대부분 지원하는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및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을 모두 지원하는 삼성페이와 달리 애플페이는 보급률이 10% 미만인 NFC 방식만 제공한다. 이에 현대카드는 대형가맹점에 NFC 단말기 설치 시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는 식으로 애플페이 점유율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경우 자연스럽게 카드시장 점유율도 확대될 것이란 계산이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이 같은 방식이 현행법 위배 소지가 있다고 봤다. 현대카드가 애플과 배타적인 거래를 위한 계약 목적으로 NFC 단말기를 가맹점에 보급할 경우 ‘리베이트’에 해당할 수 있다는 해석이었다. 현대카드는 장기간 법적 검토 끝에 결국 독점계약 조항을 포기했다.

이에 다른 카드사들도 애플페이를 지원할 수 있게 되면서 현대카드의 초기 선점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애플페이 서비스 제공을 위해 막대한 수수료 및 단말기 설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현대카드 입장에서 점유율 확대 효과가 저조하면 남 좋은 일을 하는 꼴이 된다. 다만 후발주자인 타 카드사들의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현대카드가 충분히 이익을 볼 것이란 시각도 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