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 12명 탄 어선 전복… “평소 잦은 침수, 기울어진채로 출항”

입력 2023-02-06 04:07
해경 등 구조당국이 5일 밤 뒤집힌 채 바다 위에 떠있는 청보호에서 실종자 야간 수색을 하고 있다. 청보호는 4일 밤 전남 신안군 대비치도 서쪽 16.6㎞ 해상에서 전복됐다. 청보호 선원 12명 중 3명은 구조됐지만 9명은 실종 상태다. 목포해양경찰서 제공

지난 4일 밤 11시19분쯤 전남 신안군 임자면 재원리 대비치도 서쪽 16.6㎞ 해상에서 선원 12명이 탄 어선이 전복됐다. 3명은 구조됐으나 선장과 기관장을 포함한 9명은 실종돼 해경이 수색 중이다. 청보호를 인양할 200t 크레인선은 5일 밤 현장에 도착, 현장 상황을 감안해 인양에 나설 예정이다.

5일 목포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밤 24t급 근해통발어선 청보호(인천 선적)가 전복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경은 즉시 경비함정과 항공기를 현장에 급파하고 인근에서 항해 중인 화물선에 구조 지원을 요청했다. 최초 침수 신고 약 7~10분 후 화물선 도착 당시 청보호는 이미 뒤집혀 있었고, 3명이 배에 올라타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청보호는 소라 700㎏가량을 어획한 상태였다.

구조된 선원들에 따르면 사고는 기관실에 물이 차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기관실 쪽에 갑자기 바닷물이 차더니 순식간에 배가 옆으로 넘어가 뒤집혔다”고 말했다. 구조 당국은 선박이 기관실 ‘파공(구멍 뚫림)’에 의해 침수된 뒤 전복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청보호는 평소에도 침수가 반복됐고, 출항 당시에도 배가 기울어졌다는 진술이 나왔다. 진술대로라면 예견된 사고였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구조된 선원은 “출발 때부터 배가 한쪽으로 기우는 이상이 있었다”며 “배가 5도 정도 기울어 기관장에게 ‘항해 시간이 길고 선박이 2층으로 돼 있으니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출항 후 3시간여가 지난 뒤 베트남 선원이 침실에 물이 샌다고 기관장에게 얘기했고, 직후에는 기관실도 상당부분 물에 잠겼다고 이 선원은 말했다.


구조된 다른 선원도 “평소에도 배 오른쪽 엔진이 좋지 않았고, (엔진 쪽) 기관실에 물이 종종 샜다”고 진술했다. 그는 “사고 당일에도 물이 새기는 했지만 양이 많지 않아 그냥 운항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보호는 신고 7~10분 만에 빠르게 뒤집힌 것으로 보인다.

청보호는 건조된 지 1년도 되지 않았다. 개인 어선인 청보호는 지난해 3월 건조돼 한 달 뒤 인천시에 등록했다. 어선은 2년 6개월마다 중간검사, 5년마다 정기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청보호는 검사 전 사고가 났다. 구조 선원은 한국인 2명과 인도네시아인 1명이다. 실종 선원은 한국인 7명, 베트남인 2명이다.

구조 당국은 함정 64척, 항공기 12대를 동원해 주변 해역을 수색 중이다. 해경과 해군·공군이 투입됐고, 민간 어선 200여척도 수색에 동참했다. 당국은 잠수사 58명을 동원해 선내 수색을 14차례 했으나, 내부 격벽과 통발 3000여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고 당시 기관실에 있던 선장과 선원 3명을 제외한 9명은 갑판에 있었다. 김해철 목포해경서장은 오후 브리핑에서 “사고 당시 선원 12명 중 선수에 3명, 기관실에 3명, 선미에 6명이 있었다는 구조 선원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구조된 선원은 선수 쪽의 3명뿐이다. 김 서장은 “실종자 9명 중 6명은 바다에 빠지고, 나머지 3명은 선내에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선원들은 대부분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고, 비상시 자동으로 펴지는 비상 구명뗏목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해경과 행정안전부, 해양수산부 등에 “수색 및 구조 범위를 넓히는 등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피해 가족 지원에 부족함이 없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신안=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