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인권침해와 차별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새로 출범한 국가인권위원회 산하 군인권보호관 1기 활동이 종료됐다. 7개월여 활동을 마무리한 박찬운 초대 군인권보호관(인권위 상임위원)은 5일 “활동 시작 후 발생한 군 사망 사고의 40%는 자살·자해 사건이었다. 이건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군인권보호관 출범 첫 7개월 동안(지난달 30일 기준) 인권위 조사관이 실제 사망 현장에 입회한 횟수는 34차례였다. 인권침해 요소가 있는 사망사고로 의심할 여지가 있는 사건이 30건 이상 됐다는 뜻이다. 특히 자살·자해 사건은 약 40%에 달했다.
군인권보호관은 ‘윤승주 일병 사망사건’ 등 반복되는 군내 사망사고를 계기로 지난해 7월 1일 출범한 인권위 산하 기구다. 인권위 상임위원이 군인권보호관을 겸직한다. 국방부는 사망사고 발생 시 군인권보호관에 이를 알려야 하고, 군인권보호관은 해당 사고가 부대 상황과 연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조사관을 현장에 파견한다.
박 상임위원은 이날 국민일보와 만나 “군인권보호관의 역할은 군에서 벌어지는 불행한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고, 사고 발생 이후에는 억울한 일이 없도록 투명한 조사 절차를 보장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경남 진해의 한 섬에서 복무하던 해군 상병이 사망했을 때도 인권위 조사관들이 수백㎞를 달려가 당일 한밤중 현장에 도착했다고 한다. 파견된 조사관은 검안 등 사망 이후의 조사·수사 과정을 참관하고 유족에게 진정 절차를 안내한다. 박 상임위원은 “조사관이 직접 현장에 나가 살피는 것만으로도 군의 축소·은폐 수사를 미연에 방지하고 유족의 불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유족이 희망한다면 조사관을 통해 현장에서 바로 진정을 접수할 수도 있다. 사안이 시급하다고 판단될 경우 군인권보호관 차원에서 직권조사에 나서기도 한다.
군인권보호관 조사를 통해 새로운 문제 지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인권위는 국방부가 통보한 사망사건 92건 중 절반에 가까운 43건의 피해자가 준·부사관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인권위는 간담회 등 추가 조사를 거쳐 조만간 국방부 등 관계부처에 준·부사관 처우 관련 권고를 전달할 예정이다.
박 상임위원은 “군의 인권문제를 다각적으로 살피고 그 개선 가능성을 봤다”며 7개월 성과를 자평했다. 다만 “60만 대군의 인권문제를 다루기에는 인권위라는 조직이 너무 작다”는 아쉬움도 표했다. 그의 임기는 이날로 끝났다. 김용원 부산항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가 6일 후임 상임위원으로 취임한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