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그룹 차기 회장 후보로 최종 낙점되면서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남몰래 미소를 짓고 있다. ‘관치 논란’의 공이 임 후보자에게 넘어갔고, 수십년 함께 관료 생활을 한 든든한 우군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5일 “이 회장은 지난달 취임 이후 한달 가까이 관치 논란에 부담을 느껴서인지 이렇다 할 공개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면서 “이 회장이 모든 시선을 홀로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는데 이제는 임 전 위원장과 부담을 나누게 된 것에 대한 안도감이 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임 전 위원장과 이 회장은 이번 정권 들어 금융지주 회장직에 오르는 과정에서 홍역을 치렀다는 것 외에도 비슷한 점이 적지 않다. 둘은 각각 행정고시 24회, 26회에 합격한 뒤 기획재정부 전신 재정경제부에서 초년 공직생활 대부분을 보냈다. 재경부 시절에는 2002년까지 임 전 위원장이 맡은 증권제도과장 자리를 2005년 이 회장이 물려받았고,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임 후보자가 지난 2013~2015년 먼저 역임했다.
이후 임 전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이 회장은 2차관을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같은 시기에 국무위원을 수행했다. 당시 금융위원장이던 임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직을 맡고 있던 이 회장은 함께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등 호홉을 맞췄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인연을 맺은 지 30여년만에 처음으로 이번에 경쟁 상대로 만나게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두 사람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텁지만 서로 경영실력을 겨뤄야 할 입장이 됐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