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총리·경기지사 출마 제안 거부… 이준석 파동 땐 거리두기”

입력 2023-02-06 04:07
지난 대선이 치열하게 전개됐던 2022년 1월 5일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당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의원이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참석해 스쳐 지나가고 있다. 국민일보DB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뽑는 3·8 전당대회가 이른바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 공방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윤심’과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매우 차갑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최근 전당대회와 관련해 “윤심은 없다”라는 메시지를 반복해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불만 섞인 속내를 감추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최근 안 의원에 대해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나와 밥 한번 안 먹은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내 생각을 잘 아나”라고 반어법을 쓰며 비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또 “국민의힘 1호 당원인 내 생각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야말로 나를 팔고 다니는 것 아닌가”라고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윤상현 안철수 김기현 의원과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김병민 전 비상대책위원(뒷줄 왼쪽부터) 등이 5일 동대문구 당원협의회 합동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해 오른 주먹을 들고 사진촬영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지난해 3월 9일 치러졌던 대선 이후 거의 11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기에 공동정부를 약속했던 두 사람 사이에 냉기류가 흐르는 것일까.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여권 핵심인사들은 ‘윤심’이 안 의원에게 멀어진 것과 관련해 4가지 결정적 장면을 꼽았다. 불만의 순간들이 겹겹이 쌓이면서 불신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주장에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너무 많다”면서 “단합과 화합으로 치러질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대통령실의 과도한 개입으로 ‘분당대회’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장면1, “총리 등 尹 제안 모두 거부”

윤 대통령은 대선 승리 직후 안 의원에게 국무총리 자리를 제안했다고 한다. 안 의원은 국무총리직을 고사했고, 한덕수 총리가 기용됐다.

또 윤 대통령은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안 의원이 경기지사에 도전하는 것을 기대했다고 한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직간접적으로 이 같은 뜻을 안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안 의원은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된 경기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를 택했고, 무난하게 3선 의원 고지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정부 출범 초기,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연이은 낙마에 고민이 깊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의사 출신의 안 의원에게 복지부 장관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안 의원은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안 의원이 윤 대통령의 제안을 세 번 연속 거절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안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진실공방으로 흘러서는 안 되겠지만, 너무나도 틀린 사실이 많다”고 부인했다.

장면2, 인수위원장 시절 ‘24시간 결근’

안 의원이 인수위원장이었던 지난해 4월 14일 하루를 보이콧한 것에 대해서도 두고두고 뒷말이 나온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13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포함해 8개 부처의 장관 후보자 인선 사실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전에 인선 정보를 보고받지 못했던 안 의원은 그다음 날인 14일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안 의원 입장에서는 자신이 추천한 인사들이 입각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도 불만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의 ‘인수위원장 보이콧’은 당일 저녁, 윤 당시 당선인과의 만찬을 통해 24시간 만에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지만 안 의원의 ‘24시간 결근’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당시 느꼈던 충격은 상당히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6년 총선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친박(친박근혜) 세력과 공천 갈등을 빚자 당대표 직인을 들고 지역구 부산으로 내려갔던 이른바 ‘옥쇄 파동’을 연상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장면3, 국민의힘 내분 때 ‘미국행’

국민의힘은 지난해 7월 8일 이준석 당시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으면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안 의원은 지난해 7월 30일 딸 안설희 박사를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당시 안 의원의 미국행과 관련해 국민의힘 내분과 ‘거리두기용’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행과 관련해 야당으로부터도 공격이 나오자 안 의원은 당시 페이스북 글을 통해 “그리운 딸을 만나기 위해 미국에 왔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국내 계신 분들과 소통하고 대안을 마련 중”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친윤계 재선 의원은 “안 의원이 그때 이 전 대표 문제로 ‘속앓이’를 했던 윤 대통령을 조금이나마 도왔더라면 지금 전혀 다른 상황이 연출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면4, 대통령실 입장과 다른 발언

안 의원이 대통령실 입장이나 구상과 다른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놓는 것도 부담스러운 요인이라는 게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표적인 것이 안 의원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자진사퇴 요구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은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 절차를 마무리한 뒤 정무적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었다”면서 “그러나 안 의원이 이 장관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면서 대통령실의 스텝을 꼬이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에서 제1당이 못 되면 윤석열정부는 ‘5년 식물정부’ 내지는 ‘5년도 못 갈 것’”이라고 말한 것도 괜한 비판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주장이 있다.

하윤해 정치부장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