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문 여는 ‘희망디딤돌’… “자립준비청년 베이스 캠프 될 것”

입력 2023-02-06 04:07 수정 2023-02-06 04:07
박승희 삼성전자 CR담당 사장, 김병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김영록 전남지사, 김미자 전남아동복지협회 회장(왼쪽 다섯 번째부터) 등이 지난 2일 전남 순천시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삼성 희망디딤돌 전남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현수막을 들고 있다. 아래 사진은 삼성 희망디딤돌 전남센터의 자립생활관 내부 모습. 순천=권현구 기자

“들어가서 구경해도 돼요?” A양(18)은 지난 2일 전남 순천시 ‘삼성 희망디딤돌’ 전남센터를 찾았다. 이날은 개소식이 있던 날이다. 삼성 희망디딤돌은 만 18세가 되면서 아동양육시설 보호종료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공간이다. 입소를 신청한 A양은 기대에 찬 얼굴로 꼼꼼하게 둘러봤다. 그러다 전기밥솥을 보고는 “에그, 너무 작은데”라고 했다. 전남센터 관계자는 “(밥을) 해 먹는 게, 사 먹는 것보다 돈이 더 든다”고 답했다. A양은 “그래도 혼자 밥을 해서 먹고 싶다”며 설렌 표정을 지었다. 누군가 해주는 음식만 먹던 곳에서 나오면 직접 요리를 하고 싶은 눈치였다.

전남센터에는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이 지낼 수 있는 자립생활관 15실과 자립체험관 3실을 갖췄다. 이달부터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청년들이 생활하게 된다. 1986년부터 보육시설에서 일하다 이번에 부임한 문성윤 센터장은 “정착지원금으로 구해줄 수 있는 집은 지하 셋방이나 무허가 주택에 달린 단칸방뿐이었다.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좋은 공간이 생겨 기쁘다”고 했다.

전남에서만 매년 200여명이 시설을 퇴소하고 자립에 들어간다. 자립준비청년들은 자립생활관에서 최대 2년간 1인 1실로 지낼 수 있다. 만 15~18세 청소년들은 자립체험관에서 단기로 자립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 문 센터장은 “멘토단을 잘 꾸려 입소자들이 정서적 지지를 받도록 하고, 진로 지도·교육으로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도록 도울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서적 지원’ ‘물질적 지원’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2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설문조사에서 보호종료 예정 아동 732명(42.8%)은 자살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경제적 자립도도 낮다. 보건복지부의 ‘2020 보호종료아동 자립 실태 및 욕구 조사’에 따르면 보호종료아동의 고용률은 40.8%, 실업률은 16.3%였다.

삼성 희망디딤돌 전남센터는 보호종료아동이라면 누구나 나이 제한 없이 입소할 수 있다. 문 센터장은 “지난해 여름에 전남 광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이런 곳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다시 생각해본다”면서 “전남센터가 진로를 준비할 ‘베이스 캠프’가 되고, 실패했을 때 돌아올 안식처가 되며, 꿈에 도전할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남센터로 아동을 보낼 예정인 시설의 대표는 안도하는 듯했다. 순천SOS어린이마을 김효승 원장은 개소식에 참석해 “우리 시설에서 지냈던 청소년 4명에게 퇴소 후 첫 보금자리가 될 곳이 전남센터다. 물가에 아이들을 내놓는 것처럼 불안하지만 희망디딤돌에 보내게 돼 마음이 한결 놓인다”고 했다.

그러나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많다. 삼성 희망디딤돌 전남센터의 위탁운영을 맡은 전남아동복지협회 김미자 회장은 “전남센터에서 주거비를 해결할 수 있지만 여전히 생계비, 교육비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아이들이 ‘좋은 어른’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한데, 그게 참 어렵다”고 토로했다.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체계적인 사회복지 정책도 필요하다. 황인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은 “국민일보와 삼성의 공동캠페인을 통해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더 커졌으면 좋겠다”면서 “어릴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촘촘한 복지제도 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천=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