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이사한 집은 거실 한쪽 면이 큰 창으로 돼 있어 전망이 좋은 편인데, 바로 앞에 전봇대가 커다랗게 자리를 차지해 시야를 가린다. 가족들은 하나같이 전봇대만 없으면 더 좋을 뻔했다고 말했지만 이사 전부터 내 눈에는 이상하게 거슬리지 않았다. 조금 더 지내다 보니 전봇대 전선들 위에 새들이 자주 와서 앉는다. 새들과 만나려고 이 흉물스러운 전봇대가 그렇게 싫지 않았나, 라고 생각하고 있다.
오늘은 덩치 큰 까마귀 한 마리가 앉아서 한참을 까악까악 울기에 창가에 과자를 놓아 보았으나 먹지 않았다. 대신 까마귀 소리에 놀란 다른 집의 비명 소리가 들려서 혼자 웃었다. 까마귀는 지능이 높다고 한다. 아마 앵무새와 비슷할 것이다. 나는 유튜브에서 한국말을 잘하는 앵무새들의 영상을 종종 찾아보는데, 인간의 말을 배워 소통하는 새들의 모습을 보며 이들과 내가 전혀 다른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처음 본 날에는 너무 신기해서 거의 밤을 새우며 영상을 재생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유튜브 루몽다로 채널의 앵무새 루이는 어린이 수준의 한국어를 구사하며 분명한 자아와 취향, 습관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 좋고 싫음을 표현하고, 다른 앵무새들에게 말을 가르치기도 한다. 또한 많은 앵무새들이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그들에게도 기쁨이 있고, 기쁨을 표현하는 방식이 존재한다.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루덴스(Homo Ludens)는 다른 동물들에게도 확장될 수 있는 개념일 것이다.
새를 집에서 키우는 일에 대해 나는 여전히 조금 회의적이지만, 영상을 통해 새와 인간인 나 사이의 거리감을 좁히는 일은 분명 따뜻한 경험이었다. 비단 새들뿐 아닐 것이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인간의 몸에서밖에 살 수 없지만 인간이기에 다른 생물종의 마음을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다. 다른 존재의 입장이 돼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것은 인간으로 살아가며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 중 하나일 것이다.
김선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