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백반증 자녀를 둔 부모의 근심을 덜어줄 치료법이 등장했다. ‘피부 모내기 이식법(SST)’으로 불리는 이 방법은 기존 수술법의 맹점이던 통증이 거의 없어 어린 환자도 어렵지 않게 치료 받을 수 있다. 백반증은 멜라닌세포가 점점 줄어 피부가 하얗게 탈색되는 질환이다.
근래 먹거나 바르는 약, 자외선·엑시머레이저 등을 함께 하는 ‘복합치료요법’이 개선 효과를 보이고 있으나 이런 병용 치료에도 거의 반응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주대병원 피부과 강희영 교수팀과 유레카피부과의원 김동석 원장 연구팀은 미국피부과학회지 최신호에 소아 백반증 환자 83명 대상 SST치료의 효과와 예후인자를 다룬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피부 모내기 이식술은 직경 0.5㎜의 원통형 미세 바늘(일종의 펀치기기)을 활용해 귀 뒤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부위의 정상 피부에서 피하 진피층(멜라닌세포 가진 표피 포함)까지 한땀 한땀 떼어내 마치 씨앗을 심듯 혹은 모내기하듯 옮겨심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치료 대상 10명 중 8명(76%) 정도에서 백반증 병변의 75% 이상 피부색을 회복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특히 얼굴·목 부위에 1년 이상 번지지 않는 병변일수록 치료 예후가 더 좋게 나왔고 관절 등 굴곡진 곳을 포함해 모든 부위에서 치료 가능하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논문 제1저자인 아주대병원 김진철 전문의는 6일 “전통적 수술법인 흡입표피이식술은 석션하듯 피부를 크게 부풀어오르게 해 물집이 잡히거나 통증이 심하고 오래 걸려 아이들에게는 적용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미세 펀치 이식술은 백반증 크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짧게는 30분 이내, 길어도 1시간 30분 정도면 마무리된다”고 말했다. 또 “75% 이상 피부색이 회복되면 육안으로는 정상 피부처럼 보인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식 피부의 생착에 1주일 정도 걸리는 만큼 이 기간 물이 닿거나 과도하게 움직이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강희영 교수는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소아 백반증 환자에서 좋은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