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로 김기현 의원을 지지하는 친윤(친윤석열)계가 2일 안철수 의원을 향해 “‘윤심(尹心)팔이’를 하지 말라”며 총공세에 나섰다. 이에 안 의원은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로 여기까지 왔다”며 친윤계의 공격에 맞불을 놨다. 3·8 전당대회 후보 등록이 시작된 이날 ‘윤심 논란’이 다시 불붙은 것이다.
친윤계 공격의 신호탄은 이철규 의원이 쐈다. 이 의원은 1일 밤늦게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통령의 인사와 국정수행에 태클을 걸던 분께서 스스로 친윤이니 진윤이니 하면서 가짜 윤심팔이 하는 모습이 볼썽사납다”고 안 의원을 직격했다.
다른 친윤 의원들도 공격에 가세했다. 박수영 의원은 2일 CBS라디오에서 안 의원이 대통령직인수위원장 때 내각 인선 갈등으로 하루 결근한 사례를 거론하며 “공직을 맡았는데 24시간 가출을 하고 잠적을 한다는 것에 대해 (대통령이) 굉장히 분개하셨다. 나경원 케이스하고 똑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계의 총공세는 안 의원의 1일 발언이 발단이 됐다. 안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캠프 선대위원장인 김영우 전 의원이 설 연휴에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과 통화한 사실을 거론하며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나 윤심이라든지, 많은 게 사실과 다를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김·장 연대의 균열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여기에 안 의원이 자신과 윤 대통령의 관계를 ‘해리 케인과 손흥민’에 비유하는 등 ‘윤·안 연대’를 띄우자 친윤계가 윤심은 안 의원을 향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나선 것이다.
김기현 의원은 2일 SBS라디오에서 안 의원을 겨냥해 “갑자기 ‘윤심 호소인’이 등장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안철수’ ‘김기현’이라는 상품을 갖고 경쟁하자. 대통령을 제발 끌어들이지 않으시고 이제는 좀 당당해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 의원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김 전 의원에 대한 공세도 이어졌다. 김정재 의원 등은 김 전 의원이 맡고 있는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직 사퇴를 요구했고, 대통령실은 중립성을 문제 삼아 김 전 의원을 위원직에서 곧바로 해촉했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일부 후보 측에서 ‘장제원 사무총장설’을 퍼뜨리며 정치적 음해를 가하고 있다”며 “차기 당 지도부에서 어떤 임명직 당직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안 의원은 이날 마포포럼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친윤계의 공세에 대해 “아마도 요즘 여론조사 추세를 보고 불안감을 느껴서 그런 것 같다”고 맞받아쳤다. 안 의원은 당대표 후보 등록 직후엔 “저는 ‘윤힘’이 되기 위해 나온 후보”라며 “윤·안 연대가 없었으면 어떻게 지난 대선 때 그렇게 후보 단일화가 됐겠느냐”고 반문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안 의원을 ‘비윤’ 후보라는 프레임에 가두기 위한 의도로 보이는데, 이런 친윤계의 공세에 반감을 갖는 당원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박성영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