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에 취약한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 소재의 방음 터널과 방음벽이 폴리카보네이트(PC) 또는 강화유리 소재로 전부 교체된다. PMMA는 지난해 12월 화재로 4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의 방음 터널에 사용된 소재다.
국토교통부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 현안 관계장관 회의에서 ‘도로 방음시설 화재안전 강화대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국 방음 터널의 34%, 방음벽의 14%를 각각 차지하는 PMMA 소재는 앞으로 모두 교체될 예정이다. 국토부 소관 도로에 있는 22개 방음 터널은 올해 말까지, 지방자치단체 소관 36개 방음 터널은 내년 2월까지 PC 등 화재 안전성이 비교적 높은 재질로 소재가 교체된다. 전국 방음 터널 중 65%는 화재 대피가 어려운 밀폐형 구조인데, 이에 대한 소방 규제도 강화된다.
PMMA 소재를 PC로 교체할 때 드는 비용은 2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PC와 강화유리 중 어느 소재로 교체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PC의 발연점은 PMMA보다 높지만 불연소재가 아니기 때문에 화재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난 재질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기 때문이다. 시설 구조에 따라 PC 대신 강화유리 교체 작업이 진행될 수 있다. 정부는 소재 교체 전까지는 방음 터널 내 50m 구간마다 소화설비와 방재설비를 갖추도록 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방음벽 교체 계획은 다음 달 마련될 예정이다. 정부는 방음벽 규모와 인근 주택 유무 등을 고려해 계획안을 만든 뒤 내년 2월까지 화재에 취약한 방음벽을 철거하거나 교체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거시설에서 20m 이내에 있는 방음벽부터 철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PMMA 소재는 방음시설에 아예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내년까지 설계기준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오는 9월부터는 방음 터널이 소방시설법상 특정소방대상물에 포함된다. 특정소방대상물로 분류된 방음 터널은 일반 터널과 같은 수준의 소방시설을 갖춰야 한다. 소화 기구, 옥내 소화전, 자동화재탐지설비, 비상콘센트 등 시설 설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10월부터는 방음 터널에 대한 시설물안전법상 안전·유지관리계획도 세워질 예정이다. 정기 안전점검 의무도 부여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매년 1차례 이상 소방, 의료 등 유관기관과의 합동훈련 등을 통해 방음시설 현장 대응 역량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