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물가 1월도 5.2%↑… 9개월째 5%대 겁없는 행진

입력 2023-02-03 04:06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5.2% 올랐다고 2일 밝혔다. 농산물 중에선 파와 오이 등 채소류 가격이 5.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대형마트의 채소 판매대. 연합뉴스

새해 첫 달 전기·가스·수도료가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폭으로 오른 영향으로 물가가 5.2% 오르며 3개월 만에 다시 상승 전환했다. 통상 연초에 이뤄지는 제품·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고물가 체감도는 더 높았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11로 전년 동월 대비 5.2%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5월부터 9개월 연속 5% 이상을 기록 중이다. 특히 지난달 물가는 전월 상승률(5.0%)보다 0.2% 포인트 높았다. 물가 상승 폭이 전월보다 확대된 것은 지난해 9월 5.6%에서 10월 5.7%로 오른 이후 3개월 만이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추측할 수 있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도 5.0% 오르며 전월(4.8%)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이는 2009년 5월(5.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월 물가 상승세가 확대된 데에는 공공요금 인상의 영향이 컸다. 지난달 전기·가스·수도는 1년 전보다 28.3% 급등하며 별도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기료(29.5%), 도시가스(36.2%), 지역난방비(34.0%) 가격이 모두 가파르게 상승했다. 전체 물가 상승률에 대한 전기·가스·수도의 기여도도 지난해 7월 0.49% 포인트, 10월 0.77% 포인트, 지난달 0.94% 포인트로 점점 커지고 있다.

강설과 한파 때문에 채소류 가격도 많이 올랐다. 특히 양파(33.0%), 오이(25.8%), 파(22.8%) 등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축산물 중에서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유행 때문에 닭고기(18.5%) 가격이 많이 뛰었다. 통상 연초에 가격을 올리는 식품·외식 가격 상승과 설 성수기 수요 집중 등 때문에 생활물가지수도 1년 전보다 6.1%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으로 구성돼 ‘체감 물가’로도 불린다.

가공식품 역시 10.3% 오르며 2009년 4월(11.1%)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빵(14.8%), 스낵과자(14.0%), 커피(17.5%) 등이 많이 올랐다.

여전히 높은 수준의 외식 물가 상승률(7.7%)에 공동주택관리비(5.8%), 보험서비스료(12.0%), 구내식당 식사비(6.2%) 등의 가격 상승이 눈에 띄었다.

당분간 5% 안팎의 고물가 현상은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국은행은 이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월에도 5% 내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면서 향후 물가 불확실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올 상반기 줄줄이 예고된 공공요금 인상은 물가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전망이다. 전국 17개 시·도 대부분이 택시를 시작으로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결정했거나 검토 중이며, 전기·가스요금 등도 앞으로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