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전셋값이 매매가와 같으면 보증보험을 들 수 없다. 자기 돈 한 푼 없이 빌라를 수백채 사들여 보증금을 떼먹는 전세사기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으로 자격이 취소된다. 임차인이 스스로 위험 계약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안심전세 앱’도 만들어졌다.
국토교통부는 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조직적 전세사기를 차단하자는 취지다.
우선 보증보험 가입 대상을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 100%에서 90%로 낮춘다. 예를 들어 집값이 3억원인 집이면 전세보증금이 2억7000만원 이하여야 보증보험에 들 수 있다. 지난해 기준 보증보험에 가입한 주택 중 4분의 1이 전세가율 90%를 넘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매매가 대비 90% 이상의 전세계약은 매우 위험하다고 보고 보증대상에서 배제하고, 임차인들도 이런 물건은 회피하도록 미리 경고하는 것”이라며 “최소 10% 이상 자기자본을 투입하지 않으면 매매할 수 없도록 해 조직적 갭투자를 없애겠다”고 말했다.
신규 전세계약의 경우 오는 5월 1일부터 전세가율 90% 기준이 적용된다. 보증보험에 이미 가입해 보증을 갱신해야 하는 세입자들은 올해까지만 100% 기준을 적용받는다.
일부 감정평가사와 공인중개사가 전세사기에 가담한 데 대한 대책도 내놨다. 공인중개사는 임차인에게 전세가율과 전세보증 상품 등을 의무적으로 알려야 한다. 감정평가사가 시세를 부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 감정평가는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이 없는 경우에만 적용한다. 전세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는 금고형 1회 처분만 받더라도 자격이 취소된다.
등록임대사업자의 임대보증 의무가입 제도도 손본다. 현재도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은 의무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임차인이 사는 주택은 임대인이 보증보험에 가입해야만 민간임대주택으로 등록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공실은 민간임대주택 등록 후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되 가입하지 않았을 경우 임차인은 계약을 해지하고 위약금을 받을 수 있다. 임대인이 바뀐 뒤 보증 가입이 어려운 경우에도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안심전세 앱도 이날 출시됐다. 앱에서는 신축 빌라 시세 정보, 전세계약 위험성 자가진단, 임대인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아직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와 관련한 법이 통과되지 않아 임대인 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는 볼 수 없다. 정부는 임대인이 직접 앱에서 본인 정보를 조회한 뒤 보여주는 식으로 전세사기 예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전세사기 특별단속, 9월 피해방지 방안 등을 발표했지만 제도적 허점이 여전하다는 지적에 종합대책을 내놨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