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간첩단’ 의혹에 연루된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 조직원 4명이 1일 나란히 구속됐다.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지난해 말 압수수색으로 공개된 대규모 간첩단 의혹 수사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법조계에선 방첩당국이 파악한 북한 공작원 접선 및 지령을 받는 방식 등이 2021년 불거진 ‘충북동지회’ 사건과 유사하다는 점도 주목한다. 다만 지역의 소수 활동가로 구성됐던 충북동지회 사건과 달리 이번 수사는 전국 단위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중앙지법 김상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경남진보연합 조직위원장 출신 A씨 등 자통 관계자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 북측 인사와 접촉해 지령을 받은 뒤 경남 창원을 중심으로 반정부 활동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피의자들은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들을 변호하는 장경욱 변호사는 심사에 출석하며 ‘혐의를 모두 부인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 공작원이 대체 어디에 있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달 29일 이들의 체포적부심 청구를 기각한데 이어 구속 필요성도 인정했다. “증거 인멸과 도망 염려가 있다”는 것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의 밀행성이 특히 중요한 공안사건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공작원 접선 등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를 상당수 확보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21년 기소된 충북동지회 사건이 비슷한 유형이었다. 당시 이들은 공안 당국의 조작이자 대선 시기 ‘북풍 공작’이라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검찰은 관련자 4명을 국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방첩 당국의 내사 과정에서 이미 공작조 접선 정황이 담긴 사진과 대북보고문 소지 관련 증거가 확보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자통과 충북동지회는 활동 방식에도 유사한 점이 많다. 자통은 김명성, 충북동지회는 리광진이라는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대남 공작원을 만났고, 두 조직 모두 북측 지령을 받을 때 스테가노그래피(암호화기법)를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악된 공작금 의심 액수도 충북동지회의 경우 2만 달러, 자통의 경우 7000달러로 과거 사례에 비해 비교적 소액이다. 자통이 정기적으로 공작금을 받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충북동지회가 지역 수준의 국보법 위반 사건으로 그쳤던 것과 달리 이번 사건은 전국 단위로 수사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이미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북한 연계 지하조직 결성이 의심된다며 지난해 말 창원뿐 아니라 제주와 전북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강제 수사를 벌였다.
지난 18일에는 민주노총 본부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충북동지회가 접선한 것으로 지목된 리광진이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과도 해외에서 접선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수년간 북측 인사와 회합·통신한 혐의를 받는 전북민중행동 하연호 공동상임대표도 이날 재판에 넘겨졌다.
임주언 이형민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