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슬픔에서 배운 것은 그것이 얼마나 피상적인가 하는 점이에요. 이기적으로 구는 데에도 지쳤어요. 내가 하나님께 하는 기도라고는 한 가지뿐이었어요. 주님, 저 아파요. 하지만 이제는 나도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피비가 말했다. 한국인 이민자 가정에서 피아노 신동으로 자란 피비는 엄마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충동적인 일상을 살아간다. 남자친구 윌은 한 때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신학대생이었지만 종교를 버렸다. 그러면서도 매일의 삶을 기뻐하고 타인을 사랑하며 살았던 과거를 그리워한다.
‘인센디어리스’는 한국계 미국인 권오경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극단주의 기독교에 연루된 여성과 그를 사랑한 남성의 이야기를 다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자 보상은 문체다. 뾰족뾰족하고 안절부절하며 과민하게 통찰력 있는 문장들이 영적인 불안감을 내뿜는다”고 평했다.
소설은 피비와 윌, 그리고 피비를 종교로 끌어들이는 교주 존 릴 세 인물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컬트 종교에 빠지게 되는 인간의 상실감과 결핍, 이해받지 못하는 외로움에 대해 작품은 이야기한다. 사랑의 균열, 극단주의자들의 심리에 대한 섬세한 시선이 돋보인다.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의 종교적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한 작품이다. 윌처럼 신실한 기독교인으로 자라다 열일곱 살에 신앙을 잃은 권오경은 신앙의 상실이 너무나 고통스러웠으며, 그 고통이 ‘인센디어리스’를 쓰는 가장 큰 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제목은 방화 혹은 폭탄을 의미한다. 동시에 ‘선동적인’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이 단어는 열정이나 테러리즘과 연결되며, 혼신의 힘을 다해 불사른다는 의미도 가진다.
2018년 출간된 이 책은 전미도서비평가협회 존 레너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BBC와 NPR, 뉴스위크 등의 매체가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고, 7개 언어로 번역됐다.
애플TV플러스 시리즈 ‘파친코’와 영화 ‘애프터 양’을 연출한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 감독이 소설의 드라마화를 확정지었다.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세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브루클린 칼리지에서 예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