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burnout·소진증후군)’이란 말이 유행이다. 말 그대로 모두 다 타버리고 재만 남은 상태. ‘번아웃의 종말’은 번아웃으로 종신교수 자리를 스스로 내놓은 미국의 전직 신학교수가 쓴 번아웃 탐구서다.
저자는 번아웃을 ‘일에 대한 기대와 일의 현실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경험’이라고 정의하며, 번아웃을 ‘상태’가 아니라 ‘스펙트럼’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번아웃과 번아웃 아닌 것 사이에 명확한 구분선이 없기 때문이다.
또 종신교수처럼 남이 부러워할 직업을 가진 사람조차 번아웃을 겪는다면서 “노동조건의 저하는 우리가 번아웃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이유를 절반밖에 설명해주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번아웃의 원인 중 큰 부분은 일이 사회적, 도덕적, 영적으로 충만한 삶으로 나아가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우리의 믿음”이라며 “일은 우리가 바라는 이상을 가져다주지 못하며 이상과 현실의 간극은 소진, 냉소주의, 좌절을 유발한다”고 분석한다.
이 책은 실재하지만 흐릿했던 번아웃 현상을 명료하게 드러낸다. 현대인의 삶의 조건과 내면에 대한 탐구로서도 탁월하다. 번아웃이라는 이 시대의 질병을 끝내기 위해 저자는 ‘일을 삶의 중심에 두지 않는 새로운 문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