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스스로 쓴 고통의 역사이자 결과물이다’라는 문장을 내걸고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은 사람들이 몸에 열정을 쏟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렇다면 ‘최고의 몸은 어떤 걸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몸에 자신 있는 100명의 출연자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최후 1인으로 살아남는 과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피지컬 100’은 출연자의 면면이 화려하고 100명이란 스케일 자체도 압도적이다. 헬스 트레이너나 보디빌더, 크로스핏터, 피트니스 모델 등 몸을 만드는 일이 생업인 이들 외에도 국가대표 선수나 전·현직 운동선수, 특수부대 출신, 유튜버, 교도관, 산악구조대원 등 다양한 직업군의 출연자가 등장한다. 100명의 출연자가 순차적으로 나타날 때마다 스튜디오에는 마치 새로운 맹수가 나타났을 때와 같은 동물적인 긴장감이 감돌았다. 기계체조 금메달리스트인 양학선 선수와 스켈레톤으로 올림픽 메달을 거머쥔 윤성빈 선수, 종합격투기의 전설 추성훈 선수도 참가했다.
경기 방식은 직관적이다. 사전 퀘스트는 100명이 천장의 구조물에 매달려 최대한 오래 버티는 미션이었다. 본 미션인 1대 1 데스매치 역시 강자와 강자의 싸움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참호 안에서 두 명이 살아남겠다는 욕망 하나로 치열하게 몸과 몸을 부딪치는 장면은 긴장감과 쾌감을 줬다.
원초적인 힘의 대결은 시청자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지난 24일 1, 2화가 공개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권 TV쇼 부문에서 한국을 비롯해 캐나다, 영국,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등 총 33개국의 톱 10에 올랐다.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랭킹은 7위였다.
일반인 지원자 16명을 발탁해 최고의 격투가를 가리는 SBS 예능 ‘순정 파이터’도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평범한 일상 속 어딘가에서 전사의 심장을 숨긴 채 살아가는 진정한 파이터를 찾는다’는 콘셉트다. 과거 운동을 했던 참가자도 많았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을 뽑는 게 목적이 아니다. 강해지려는 의지와 열정이 보이는 이들이 추성훈 김동현 정찬성 최두호 등의 멘토링을 받으며 ‘진짜 파이터’가 되도록 돕는다.
학교 폭력으로 힘든 유년 시절을 보낸 참가자가 격투기를 하며 아픔을 이겨내고 ‘순정 파이터’에 도전하게 된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줬다. ‘샌드백’으로 불릴 정도로 맞았다는 이 참가자에게 추성훈은 “넌 이제 샌드백이 아니야. 주먹이야”라며 자신감을 북돋아 줬다. 오디션을 거쳐 발탁된 파이터들은 SFC(SBS fighting championship) 토너먼트에 진출하게 된다. 경기를 앞두고 이들이 지옥의 합숙훈련을 받는 영상은 유튜브 조회 수 1000만뷰를 넘겼다.
김교석 예능 평론가는 “원초적인 승부, 한 개인이 일궈낼 수 있는 성취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콘텐츠가 몸”이라며 “노력으로 개발되는 것이 우리 몸이다 보니 시대적 욕구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시청자의 관심이 쏠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