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는 31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는 미국의 핵우산이 여전히 확고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는 한국 내에서 고조되는 독자적 핵 개발 여론을 달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한·미는 ‘힘에 의한 평화’를 구현하기 위해 한·미 연합연습을 확대키로 했다. 한·미는 또 스텔스 전투기와 핵추진 항공모함 등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늘릴 방침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가졌다. 이 장관과 오스틴 장관 간의 회담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네 번째이며,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은 올해 첫 번째 회담이다.
오스틴 장관은 한·미 국방장관 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은 확고하다”면서 “이는 핵, 재래식(무기), 미사일 방어 능력 등 모든 범주의 미 군사 능력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어 “이미 5세대 전투기 F-22, F-35와 로널드 레이건 항모전단을 전개한 바 있는데, 앞으로 이러한 것을 (한반도에) 더 많이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사시 북한 수뇌부와 핵시설 등 주요 시설을 수분 내로 초토화할 수 있어 북한이 두려워하는 전략 무기들을 한반도에 수시로 전개해 북한의 핵무력 도발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한·미 국방장관은 올해 연합연습 및 훈련의 규모와 수준을 더욱 확대·강화키로 했다. 올해 연합야외기동훈련의 규모와 범위도 확대하고, 대규모 연합합동화력시범 등을 시행키로 했다. 한·미는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등 변화된 안보환경을 훈련에 반영할 방침이다.
한·미는 또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억제·대응 방안으로 2월 중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번 연습은 북한이 선제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하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해 상황별 대응 전략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미는 이 연습에서 도출된 결론을 반영해 ‘한·미 맞춤형 확장억제전략(TDS)’을 올해 안에 개정할 계획이다.
한·미는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을 발전시키는 데에도 합의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미·일 정상이 합의했던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등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 ‘한·미·일 안보회의(DTT)’를 개최키로 했다.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빠지지 않았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발표한 기고문을 통해 “우리의 적과 경쟁자들이 만약 우리 중 한 나라에 도전할 경우 한·미동맹 전체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스틴 장관은 한·미 국방장관 회담 이후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 위협이 나날이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한국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실효적이고 강력한 한·미 확장억제 체계가 도출되도록 한·미 간 협의를 진행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오스틴 장관은 “확장억제 실행력을 더욱 강화해 한국인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미국의 정치상황 등 변수를 고려할 때 미국의 안보공약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우진 신용일 문동성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