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 둔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산업생산이 3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2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설비투자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7%로 낮춰 잡았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국내 모든 산업의 생산 활동을 나타내는 지표인 전(全)산업생산지수는 지난해 116.4로 전년보다 3.3% 증가했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경제활력은 떨어졌다. 전산업생산은 1~3분기 점차 증가폭이 줄어들다가 4분기(-2.1%)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지난해 12월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6% 감소했다. 광공업(-2.9%), 건설업(-9.5%), 서비스업(-0.2%), 공공행정(-1.1%) 등의 생산이 모두 감소했다. 경기 예측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지난해 7월부터 6개월 연속 하락했다.
제조업 분야에선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연간 제조업 생산은 전년 대비 1.3% 증가했는데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 생산은 0.2% 감소했다. 문제는 반도체 생산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생산은 지난해 8월 감소세로 돌아선 후 5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감소세는 8월 -0.1%에서 12월 -15.8%로 가팔라졌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경기가 약화하고 있다”며 “지난해 2분기부터 감소 폭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5.3%로 2021년(74.4%)에 비해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해 1월 78.6%던 제조업 가동률 역시 12월 70.3%까지 낮아지는 등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설비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설비투자는 0.7% 증가했으나 12월에는 7.1% 감소하며 하락세로 전환됐다. 연간 상승률도 3.3%로, 2021년(9.6%)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소비 동력도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소매판매액지수는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1년(5.9%)에 비하면 증가 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하면서 한국은 1.7%로 다시 낮춰 잡았다. IMF는 지난해 7월 올해 한국 성장률을 2.9%에서 2.1%로 낮춘 데 이어 10월에는 2.0%으로 하향 조정했다. IMF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 한국개발연구원(KDI·1.8%)보다 낮고 한국은행(1.7%)과 같은 수준이다. IMF는 내년 한국의 성장률도 기존 전망보다 0.1% 포인트 낮은 2.6%로 예상했다. 이에 비해 IMF는 올해 세계 성장률을 기존 2.7%에서 2.9%로 0.2% 포인트 올려 잡았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