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예술을 학습한 AI… 그가 만든 작품, 주인은 누구

입력 2023-02-04 04:04
게티이미지 뱅크

명령어만 입력하면 이미지나 글을 만들어주는 ‘생성 인공지능(AI)’이 대중화하면서 AI 창작물의 저작권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AI가 학습 과정에서 활용하는 이미지나 자료의 저작권 문제가 대표적이다. AI 학습에 저작권 침해가 있었다며 소송전이 시작되면서 갈등은 증폭하고 있다. AI 창작물을 예술로 봐야 하는지에서 더 나아가 AI 창작물에 저작권을 부여할 수 있는지, AI를 창작물 주체로 봐야 할지 등을 둘러싸고 논쟁은 확산하는 중이다.

생성형 AI는 글로 명령하면 이미지, 비디오로 결과물을 제시하는 ‘강한 인공지능’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일반 대중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다. 오픈AI의 ‘달리2’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서비스들은 ‘생성적 적대신경망(GAN)’이라는 딥 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GAN은 생성기와 식별기를 경쟁적으로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구동된다. 생성기는 식별기를 속일 수 있게 데이터를 더 정교하게 만든다. 식별기는 자신이 속은 데이터를 학습한다. 이를 바탕으로 식별기는 더 정교해지면서 결과물을 만든다. 인간의 사고 과정이 생성기와 식별기의 상호작용인 셈이다.

이미지 생성 AI의 경우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기까지 기존 예술품을 모방하며 끊임없이 학습한다.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인 경우 저작권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이를 학습한다는 건 저작권 침해로 볼 여지가 있다. 이런 시각에서 생성 AI의 저작권 침해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AI 창작물에 대한 소유권, 저작권을 놓고 법적 갈등이 불거지는 것이다.

최근 미국 게티이미지는 스테이블 디퓨전을 개발한 스테빌리티AI를 상대로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게티이미지는 4억7000만장 이상의 이미지를 유료 제공하는 미국 최대의 이미지 플랫폼이다. 게티이미지는 “스테빌리티AI가 저작권으로 보호하는 수백만개의 이미지와 게티이미지에서 소유한 데이터를 상업적 이익에 활용했다. 콘텐츠 제작자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개인 및 지식재산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AI 시스템의 교육에 라이선스를 제공해 왔다. 스테빌리티AI는 상업적 이익을 위해 우리가 소유한 이미지의 라이선스를 적합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3명의 일러스트레이터·만화가(사라 안데르센, 켈리 매커넌, 칼라 오티즈)도 “AI 기업이 저작물을 원작자 동의 없이 생성 AI 학습에 사용했다”면서 스테빌리티AI와 미드저니 관계자들을 고소했다. 소송 결과는 생성 AI 관련 분쟁 중 첫 번째 판례가 될 전망이다.

나이지리아의 예술가 말리크 아페그부아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아프리카 노인들의 모습을 초현실적 화풍(아래 사진)으로 그려내고 있다. AI를 활용해 만든 이미지에 창작자 의도가 얼마나 담겼는지에 따라 저작권을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갈릴 전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뿐만이 아니다. AI가 만든 결과물의 저작권을 둘러싼 쟁점도 달궈지고 있다. 크게 두 가지다. AI 창작물을 저작물로 볼 수 있는지, AI 창작물의 저작권은 누구 소유인지가 그것이다. 우선 AI 창작물이 저작권법 대상인지를 따져야 한다. 한국에서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저작권법에 정의한다. AI가 창작했더라도 인간이 실질적으로 창작을 주도하고 AI는 단순 수단으로 사용됐다면 창작물에는 인간의 사상·감정이 담겼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AI 창작물은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 반대로 인간이 단순 명령어만 입력했거나 인간의 개입이 기술적 부분에 불과하다면 저작물로서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 결국 AI를 인간의 창작도구로 활용한다면 AI 창작물은 저작권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인간의 의도가 얼마나 들어갔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논쟁거리는 여전히 남는다. 이때 주요 기준은 ‘새로움’이 될 수 있다. AI가 기존 작품을 모방하는 수준의 창작물이 아닌 새로운 화풍을 개발한다면 창작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창작성은 저작권을 인정받는 데 필요한 요소다.

이에 따라 AI 창작물이 어떤 의도인지, 창작성을 가졌는지를 사례별로 따져야 하는 어려움이 발생한다. 김지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AI 창작은 인간의 창작과 달리 소요시간, 생산 분량, 창작방식이 전혀 다르다. 지금까지 ‘인간의 창작’에 적용한 창작성 기준을 재검토할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강조했다.

AI 창작물이 저작권을 지닌다고 인정받더라도 저작권을 소유하는 이가 누구인지도 쟁점이다. 저작권법은 ‘저작자’를 저작물을 창작한 자로 정의한다. AI가 창작하는 과정에 기여한 사람은 우선 AI를 만든 프로그래머, 명령어를 입력하는 이용자다. 둘 가운데 누가 AI 창작물에 더 기여했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용자가 창작에 더 많은 기여를 했다면 프로그래머가 아닌 이용자가 창작물 저작권을 가져갈 수 있다. 기여도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면 공동 저작자 지위를 부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반면 창작 기여도의 우열을 따질 수 없다면 ‘공공 소유’로 보고 저작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사례도 발생한다. 김 조사관은 “AI 창작물의 증가는 기존 창작자 활동에 기반을 둔다는 점에서 산업 발전과 함께 창작자 권리보호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