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반주기로 큰돈 벌었지만 마음 한켠이 늘 헛헛”

입력 2023-02-02 03:04
안정복 EM미디어 대표가 1일 서울 은평구 갈현로 사옥에서 자신이 만든 찬양반주기를 가리키며 제작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친구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사업에 실패했다. 실망이 컸다. 사업을 정리하고 오디오 앰프를 조립하며 하루하루 연명했지만 살기 어려웠다. 절망의 나락에서 두려웠고 극단적인 선택도 결심했다. 하지만 그것마저 그리 쉽지 않았다. 안정복(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 이엠(EM)미디어 대표는 잠시 눈을 감고 감회에 젖었다. 살아온 삶의 흔적을 되새기는 듯했다.

“마음이 너무 힘드니까, 아내더러 교회에 나가자고 했어요. 당시 방송에서 조용기 목사님의 설교가 나왔는데 설교 말씀이 얼마나 힘이 되던지…. 물어물어 버스를 타고 찾아간 게 여의도순복음교회입니다. 아무 의지할 데 없는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 말씀과 기도뿐이었습니다.”

안 대표는 올해 회사 설립 40주년을 맞았다. 오직 예수만을 외치며 복음 전파에 더욱 매진하고 있는 그를 1일 서울 은평구 갈현로 회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무실 벽에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됨같이 네가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는 요한3서 1장 2절 말씀이 쓰인 액자가 눈에 띄었다.

“조 목사님의 목회철학은 흔히 ‘희망의 신학’이라고 불립니다. 하나님 말씀을 내 생각 속에 담아 꿈꾸고, 구체화한 꿈을 믿고 고백함으로써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습니다.”

쉼 없이 철야기도와 새벽예배를 다녔다. 그리고 그렇게 찾고 바라던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

“어느 날 새벽에 기도하는데 하늘에서 스피커가 울리듯이 큰 소리가 나는 거예요. ‘내가 너를 사랑한다. 너를 기다려왔는데 너는 깨닫지 못하고 방황하고 이제야 왔구나’ 너무 선명해 하나님의 음성인 줄 깨닫고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죠.”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주님을 의지하니 도움이 잇따랐다. 3일 금식 후 집에 내려오자 사업자금을 지원해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만드는 제품마다 불티나게 팔렸고 점차 사업이 왕성해졌다.

안 대표는 자신의 엔지니어 재능으로 하나님께 영광 돌릴 방법이 없을까 연구하기 시작했다.

“전자 오르간, 디지털 피아노를 만들겠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저기 교회를 돌아보니 정작 반주자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결심했죠. 찬양 반주기를 만들자고 말입니다.”

EM미디어 찬양반주기.

국내 최초로 찬양반주기 5025(오병이어)를 개발했다. 첫 제품은 중국 창춘과 제주도 최남단 교회에 각각 무상 기증했다. 음향 기기와 인력이 부족한 개척교회에서 큰 호응을 얻고 해외선교사에겐 1호 필수품으로 각광을 받으며 팔렸다.

한때 유행했던 노래방 반주기도 그 무렵 여러 회사에서 개발했다. 안 대표는 뛰어난 기술력으로 여러 차례 노래방 반주기를 개발해 달라는 문의를 받았다. 마지못해 그가 만든 노래방 반주기는 매달 1억원의 수입을 벌어들이는 인기 품목이 됐다.

“돈을 많이 벌기는 했는데, 기도할 때마다 괴로운 거예요. 크리스천으로서 대중가요를 부르게 하는 게 할 일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세상 것 만들면서 재물만 탐한 것 아닌가하는 자책이 계속 들었습니다.”

그는 결국 노래방 반주기 제조 기술을 다른 업체에 넘겼다. 당장 재정 손실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찬양반주기만 만들기로 했던 자신과 하나님과의 약속에 조금도 후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인터뷰 직전 성경을 읽고 기도하는 안 대표.

현재 한국교회에서 널리 사용되는 미가엘 찬양반주기는 시대에 맞게 개발되며 꾸준히 보급되고 있다. 손쉽게 갖고 다닐 수 있는 태블릿 PC 반주기, 휴대전화 앱 반주기는 물론 밴드 반주와 피아노 반주, 파이프 오르간, 오케스트라 반주 등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개발했다. 특히 무상 사후관리(AS)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25년 전 최초 찬양반주기 모델을 가져오는 이들도 수리받을 수 있도록 각종 부품을 갖추고 있다. 미가엘 찬송반주기가 한국교회에서 사랑받는 또 하나의 이유다.

그는 늘 기도하고 찬양한다.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고 싶은 마음에서다. 선교 및 구호활동에도 적극적이어서 여의도순복음교회 실업인선교연합회장, 국제구호기관 굿피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여의도순복음교회 기획자문단장을 맡고 있다.

글·사진=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