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당적 의원모임, 극단적 대결 정치 완화 방안 도출해야

입력 2023-01-31 04:01
김진표 국회의장,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참석자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 출범식에 참석해 있다. 이한결 기자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이 30일 국회에서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극단적 대립과 혐오의 정치를 극복하기 위한 개혁 방안을 여야가 함께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모임이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에서 100명이 훌쩍 넘는 의원들이 참여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초당적이다. 이들은 매주 공개 토론회를 여는 등 정례 활동을 통해 다양한 개혁 과제를 논의한다는데 기대가 크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어렵사리 뜻을 모은 만큼 승자독식, 극한 대립의 정치문화를 반드시 끝내자”고 당부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의원모임이 논의할 최우선 과제는 선거제 개편일 것이다. 극심한 대결 정치의 근원이 승자독식의 현행 선거제라는 데는 정치학자들은 물론이고 여야도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소선거구제 중심의 선거제는 거대 양당의 극심한 대결 양상을 낳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현 정치 상황이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당 지지율과 당선자 비율 간 큰 괴리, 지역주의 고착화, 사표(死票) 대량 발생 등의 한계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 의장, 여야 지도부가 모두 선거제 개편 필요성을 거론한 것은 현행 제도로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공감했기 때문일 게다.

출범식에는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참석해 한목소리로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기대보다 우려가 큰 게 사실이다. 정치개혁, 선거제 개편이란 명분에는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간격이 크다. 선거제 개편에 따른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현역 의원들의 반발도 넘기 쉽지 않은 벽이다. 지난 총선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위성정당을 만들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시킨 거대 양당에 대한 불신도 여전하다.

선거제 개편 방향은 김 의장이 강조한 ‘갈등을 줄이고 표의 비례성을 높이는’ 쪽이 돼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참여 의원들은 개인과 소속 정당의 유불리를 먼저 재지 말고 우리 정치의 토양을 바꾸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재적의원 3분의 1이 넘고, 여야 의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모임이 공통분모를 찾아낸다면 실제 선거제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도 희망고문에 그친다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더더욱 깊어질 것이다. ‘제대로 될 리가 있겠느냐’는 냉소적 전망이 이번에는 보기 좋게 깨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