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새해의 상징인 토끼를 생각하면 달나라의 계수나무 아래에서 방아 찧는 낭만적인 모습이 우선 떠오르는 세대다. 별주부전에 나오는 토끼의 경우 거북이 등을 타고 용궁에 드나들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와 언제나 바쁘게 달리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우리네 조상들로부터 구전되는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토끼와 거북이가 활개 치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은 어찌 보면 기후위기를 걱정하지 않던 시대였다. 최근 흥행 중인 영화 ‘아바타2’에 등장하는 숲속과 바닷속 풍경들은 지구촌이 지향할 미래상과 우리 국립공원들이 이끄는 생태문명의 지향점을 상상하게 했다.
기후위기 시대 새해를 맞아서도 국립공원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자연의 세계는 사시사철 휴일이 없기에 그곳에서 근무하는 우리 국립공원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은 국민들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사명감으로 비상근무에 나선다. 새해를 집에서 맞이하는 직원은 거의 없는데, 전국의 국립공원에 탐방객들이 평소보다 더 많이 오기 때문이다.
봄철 산불조심기간, 여름철 성수기 안전관리, 가을철 태풍 등 재난관리로 국립공원 한해살이의 오래달리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개인적으로도 오래달리기 마니아여서인지 모르지만 국립공원을 오래도록 보전하는 역할과의 유사성을 생각하곤 한다. 오래달리기는 정직한 운동이고 여간해서는 꾀부리기가 어렵다. 달리기의 필수 요소는 인내하는 마음과 꾸준한 운동으로 다지는 튼튼한 다리다.
봄에는 들꽃들 속을, 여름에는 폭우 속을, 가을에는 파노라마 같은 단풍 속을, 겨울에는 눈보라 속을 달리게 된다. 나 또한 감사하게도 작년에는 어느새 1000㎞를 훌쩍 넘어 달리기도 했다. 너무 빠른 속도를 욕심낼 필요도 없고, 자신에게 맞는 호흡으로 몸을 움직여야 즐겁게 멀리 달릴 수 있다. 국립공원 오래달리기도 미래세대의 자산을 빌려서 정직하게 이용한다는 마음으로 인내하면서 보전하고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우리나라 22개 국립공원은 기후위기 시대의 자연 생태적 가치가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 국민 연인원 4100만명이 찾는 국립공원의 경제적 가치는 114조3000억원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국내 생물종의 42%와 멸종위기종 67%가 서식하는 자연 생태계의 보고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 흡수는 물론 생물다양성 보전 등을 위한 최후 보루인 것이다.
국립공원공단 직원들은 기후위기 시대 레인저로서 저마다의 호흡으로 국립공원의 계절 변화에 따라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산간 오지나 다도해 등에서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 국립공원의 아름다움을 닮아서인지 반부패·청렴 정책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우리 국립공원과 국립공원공단 직원들의 정직한 오래달리기를 응원한다.
김경순 국립공원공단 상임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