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12시간 넘게 조사하며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과정에서 등장하는 이 대표의 직접 결재 내역을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검찰은 150쪽에 이르는 질문을 제시하며 사업 진행 전반과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의 의사 결정 경위를 추궁했다. 이 대표는 33쪽 분량 서면진술서로 답변을 갈음하며 사실상의 묵비권 행사로 맞섰다. 양측의 신경전 속에서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200쪽 분량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대표가 제출한 진술서에 ‘대장동 일당’과 성남시 간의 유착 관계에 대한 이 대표의 입장이 빠져 있어 추가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다. 이 대표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의 오랜 유착에 대해 “(대장동 사건이) 문제되고 나서야 알았다”며 선을 그었다. 또 이미 구속 기소된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비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뇌물·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대해선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29일 “성남시의 인적 책임 범위를 확정하기 위해 이 대표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건 핵심 쟁점인 배임죄 여부를 놓고도 양쪽이 팽팽한 입장 차이를 보인다. 이 대표는 “투기 세력 이익을 위해 시(市)에 손해를 입힌 게 아니라 오히려 김씨 측에 1120억원을 추가 부담시켰다”고 주장한다. 반면 검찰은 이 대표가 2014년 10월 김씨 등에게서 대장동 택지 분양 수익만 4000억원 이상이란 사실을 전달받았고, 서판교터널 개설·용적률 상향 등 대장동 일당에게 특혜가 돌아가는 사항을 직접 결재한 점 등을 종합하면 배임 혐의가 충분히 성립된다고 본다. 민간사업자 측에 자신의 대표 공약이던 성남 제1공단 공원화 사업비를 부담시켜 정치적 이득을 보고, 대신 업자들이 막대한 이익을 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대장동 수익 428억원 약속’ 혐의와 연결되는 천화동인 1호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검찰에서 “나와 관계가 없고,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검찰은 정 전 실장을 거쳐 보고된 해당 내용을 이 대표가 승인했다는 진술과 물증을 확보했다고 설명한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추가 소환조사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검찰이 조만간 구속영장 청구라는 승부수를 던질 거란 분석도 나온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는 31일 정 전 실장의 뇌물 등 혐의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양민철 조민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