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외국인 투자자들… 저성장 우려 뚫고 증시 ‘훈풍’

입력 2023-01-30 00:03
지난 27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2468.65)보다 15.37포인트(0.62%) 오른 2484.02에,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738.94)보다 2.31포인트(0.31%) 상승한 741.25에 거래를 종료했다. 뉴시스

한국 경제가 올해 1%대 저성장에 머물 것이라는 부정적인 관측이 나오지만 코스피가 연초 대비 260포인트 가까이 오르는 등 증시는 뜨겁다. 이런 경기와 증시의 ‘디커플링(비동조화) 현상’은 외국인 투자자의 신흥국 투자 확대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 구간으로 접어들거나 세계적인 통화 긴축 움직임이 종료되지 않는 한 연초 상승 랠리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코스피는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종가(2225.67) 대비 258.35(11.6%) 상승했다. 한 달 새 14.3% 올랐던 2020년 11월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코스닥지수도 같은 기간 10.4% 상승했다. 월간 상승률 기준 2020년 12월(9.3%) 이후 약 2년 만에 최대 폭이다.


이런 증시 훈풍은 ‘컴백’한 외국인 투자자 덕분이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코스피에서 6조8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달 18거래일 중 외국인이 매도 우위를 보인 날은 지난 10일(22억원) 하루뿐이었다. 코스피 시가 총액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연초 30.8%에서 지난 27일 31.9%까지 커져 지난해 3월과 같은 수준을 회복했다.

다른 신흥국 증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 23~27일(현지시간) 신흥국 주식·채권 시장 21곳에 하루 11억 달러(약 1조3585억원)가 순유입됐다. 신흥국 증시 24곳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머징 마켓(EM) 지수는 지난 26일 1052.46까지 올라 지난해 최저점이었던 10월 24일(842.76) 대비 24.8% 급등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적극적인 신흥국 투자 배경에는 통화 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돈줄 죄기를 멈추면 채권 시장으로 몰려갔던 투자금이 증시로 돌아오리라는 관측에 선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 시장도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 시장을 뒤흔들었던 레고랜드, 흥국생명 사태 등이 일단락된 모양새다.

다만 최근 상승 랠리가 추세적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영진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통화 긴축이 완전히 끝나 완화로 돌아서지 않는 한 코스피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에 해당하는 2500 이상으로 상승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