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레이스가 내부와 외부 출신 간 맞대결 양상으로 좁혀지고 있다. 손태승 회장 용퇴를 위해선 금융당국과 과점 주주들이 사실상 힘을 합친 모양새지만 차기 후보를 놓고는 서로 다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과점 주주들은 내심 힘 있는 관료 출신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바라고 있지만, 관치 논란을 부담스러워 하는 금융당국은 임 전 위원장을 달가워 하지 않는 모양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지난 27일 우리금융 차기 회장 2차 후보(숏 리스트)로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임 전 위원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4명을 선정했다. 내부와 외부 출신이 각각 2명씩 지정됐지만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이 행장과 임 전 위원장의 맞대결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대 관심사는 금융위원장과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올드 보이’ 임 전 위원장의 현장 복귀 여부다. 임 전 위원장은 전 금융위원장이 아닌 전직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서 우리금융 회장에 출사표를 냈다는 입장이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금융이 포트폴리오 재구성, 건전성 회복 등 측면에서 과거 농협금융지주와 유사한 면이 많다”며 “민·관 관계없이 평생 금융업무를 해왔다. 전직 관료가 아닌 금융전문가로서 회장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과점 주주들도 정부와 끈이 닿아있는 ‘힘 있는’ 모피아 출신을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점주주들은 한국투자증권, 유진기업 등 금융회사가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임 전 위원장의 급부상을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손태승 회장이 자진사퇴하는 과정에서 당국이 영향을 미쳤을 수는 있지만 누군가 특정해 회장 후보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이라며 “모피아 출신을 앉히려고 손 회장 부정론을 편 것 처럼 보일까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숏리스트 발표 전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금융 회장 1차 후보가 어떤 기준으로 해서 어떤 경로로 작성된 건지, 또 최종 후보를 만드는 기준과 평가에 필요한 적정 시간이 확보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 역시 임 전 위원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일련의 금융지주 회장 교체 과정에서 불거진 관치 금융 논란이 또 다시 재현되는 것을 원치 않는 이 원장의 시그널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같은 케이스인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사례에서 보듯 임 전 위원장의 우리금융 행에도 문제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반민반관 성격이 있는 농협금융과 완전 민영화된 우리금융과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 전 위원장과 이 회장은 모두 기획재정부 출신이다.
우리금융 차기 회장 후보는 다음 달 초 결정된다. 임추위는 2월 1일과 3일 각각 심층면접과 추가 면접을 진행한 뒤 최종 회장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