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주를 만난 사람들] 남편 술버릇과 끝도 없는 보증으로 가정 파탄 나… 복음으로 삶 일깨우고 주님과 동행하며 가정 회복

입력 2023-01-30 03:04

술을 지나치게 좋아하신 아버지는 술만 취하면 우리 삼남매를 불러 몇 시간씩 훈계했고, 종종 어머니를 때리고 살림까지 부수었다. 그때 절대 술 먹는 사람에겐 시집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스물다섯에 다정하고 푸근한 사람을 만나 결혼을 했다. 그런데 막상 결혼하자 집엔 항상 술손님들로 북적였다. 늘 됫병으로 술을 먹어 동네에서 됫병집이라 소문까지 났다. 게다가 인정이 많아 집에 왔다 가는 사람은 무엇이든 손에 들려 보냈다. 언젠가 집주인이 시계가 고장 났다는 말을 옆에서 듣더니 남편은 결혼 때 선물로 받은 벽시계 두 개 중 하나를 바로 내주었다. 나는 그 모습이 어이가 없어 “마누라랑 애들도 싸주지. 그래” 하며 소리쳐도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 정도야 견딜 수 있었지만 술자리에서 툭하면 보증을 서는 것은 견디기 힘들었다. 결혼 1년 만에 태어난 쌍둥이 양육비에, 보증 빚을 갚기 위해 쌍둥이가 돌이 지나자 분윳값을 아끼기 위해 아이들 앞에서 젖병 꼭지를 잘라버리고 밥만 먹였다. 남편은 모든 인간관계는 술자리에서 형성된다며 수시로 동네 사람들과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보증을 서주는 버릇도 계속됐다. 남편은 몰래 보증 선 것이 내게 발각될까 전전긍긍하고, 나는 빚을 갚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살았다.

공무원 월급으로는 해결이 안 되니 여름 해수욕장에서 감자전 장사, 슈퍼와 민박, 책 외판원, 보험일 등 닥치는 대로 했다. 그런 억척 같은 노력으로 겨우 빚을 다 갚으며 기뻐하던 다음 달,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금액이 다시 터지며 나는 완전히 무너지고 살 소망까지 사라졌다. “차라리 죽자! 이렇게 살아서 뭘 하냐”고 대들어도 아무 대책이 없었고 결국 잊고 살았던 하나님을 찾았다.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니며 ‘믿음 좋은 아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20대 초반 아버지와 동네 분이 크게 싸우셨고 말려도 듣지 않으니 어머니는 약을 마셨다. 치료하다 결국 돌아가셨을 때 나는 하나님을 원망하며 교회를 떠났었다.

하나님께 매달리던 어느 날, 지인을 따라 한마음교회 작은교회 예배에 갔다. 그날 전해진 예수님의 부활 메시지에 ‘그래서, 그게 뭐?’하며 흘려 버렸다. 그런데 너무 기쁘고 확신 있게 전하는 자매의 모습에 마음을 돌이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매일 예수님을 만나게 해 달라고, 나는 지금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고 간절히 기도했다. 며칠 후 운전 중 갑자기 아이들의 퍼즐이 떠오르더니 성경의 수많은 사건이 퍼즐 조각이 되어 맞춰지며 예수님의 얼굴이 딱 보였다. ‘뭐지? 성경 전체가 예수님을 증거한다고?’ 순간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를 위해 죽으시고 사흘 만에 살아났다는 고린도전서 말씀이 떠오르며 성경의 주인공이신 예수님이 선명해졌다. 그리고 막혔던 성경 말씀도 한순간에 풀어졌다.

그렇게 예수님의 부활이 역사적 사건이라는 것을 알게 되며 그토록 흔들렸던 믿음에도 종지부를 찍었다. 하나님의 살아계심,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 되심, 천국과 지옥도 모두 실제였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창세 전부터 계획된 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사실 앞에 그냥 굴복되었다. 그동안 입술로는 하나님이 나의 주인이라 고백하면서도 내 멋대로 하나님을 부렸던 악독한 중심이 드러나니 그대로 엎드려 통회하고 예수님을 나의 주인으로 고백했다.

기도 중에 ‘나는 네 남편의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긴단다’는 하나님의 마음을 받고 즉시 남편에게 사과했다. “됐어. 그냥 하던 대로 해” 하며 어색해하던 남편도 얼마 후 예수님을 영접하더니 지긋지긋한 술도 단숨에 끊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어머님이 저혈당 쇼크로 쓰러지셨다. ‘도대체 그동안 내가 무엇을 했지?’ 믿지 않는 집에 시집와서 복음 한번 전해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우리 부부의 간절한 기도에 응답하신 하나님께서 시어머님을 살려 주시고 껄끄럽던 시댁과의 관계도 회복되며 복음의 문도 활짝 열렸다. 어머님이 자궁암 재발로 우리 집에서 병원 치료를 다닐 때, 우리 부부와 교회 공동체의 도움으로 결국 예수님을 영접하시고 돌아가셨고, 다음 해엔 아주버님도 예수님을 믿고 천국에 가셨다. 힘들어하던 형님도 예수님을 만난 후 집안의 제사를 끊고 가족 여행을 가자는 놀라운 말씀을 하셨다. 친정에도 복음의 문이 열려 동생댁은 예수님을 주인으로 고백한 후 날마다 천국 삶을 살고 있다.

몇 년 전 밀린 빚을 갚기 위해 남편이 명예퇴직했다. 그래도 모두 갚지는 못했지만 가족들이 건강하고 복음으로 하나 된 것이 너무 감사했다. 더욱이 퇴임 후 새로운 직장도 허락해 주셔서 직원들에게 커피를 타 드리며 기쁘게 섬긴다. 나 또한 하나님께서 군부대 조리사로 취직해 젊은이들의 건강을 돌보며 틈틈이 복음을 전하고 교회에서는 주일학교 교사로 섬기고 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다. 빚도 거의 갚았고 술손님으로 북적이던 집은 예배처가 되어 늘 찬양과 말씀이 가득하다. 눈앞의 현실에 눌려 소망 없는 삶을 살아가던 나와 우리 가족들이 날마다 주님과 동행하며 천국 삶을 살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서광옥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