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무인기 사태 ‘봐주기 검열’ 논란… 대응 작전 미흡 시인… 문책엔 ‘침묵’

입력 2023-01-26 04:05
2017년 6월 21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 연합뉴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당시 우리 군의 작전 수행 과정을 포함해 상황 전파, 전력 운용 등에서 다수 미흡한 점들을 파악한 내용을 25일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작전상 미비했던 점을 시인하면서도 문책 대상 범위와 수준은 보고자료에 언급하지 않아 ‘봐주기 셀프 검열’을 했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국회 국방위원회 등에 따르면 합참 전비검열실은 국방위 전체회의를 하루 앞둔 이날 ‘북한 소형무인기 도발 대응 관련 검열 결과’를 국회에 사전 보고했다.

합참은 작전 과정에서 육군 1군단이 레이더를 통해 최초로 포착했던 북한 무인기 침범 상황이 수도방위사령부 등에 신속하게 전파되지 않아 대응 작전이 지연됐다고 판단했다. 또 북한 무인기 작전수행 체계인 ‘두루미’ 발령 조건도 적시에 판단하지 못해 무인기를 ‘이상 항적’으로 평가한 이후 실제 발령까지 무려 1시간30분가량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합참은 초기 상황 판단을 레이더 장비 운용 담당자에게 대부분 의존하는 기술적 한계점이 있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합참은 검열 결과 보고에서 북한 소형 무인기에 대한 위협 인식이 핵·미사일 위협에 비해 부족했고, 현 ‘두루미’ 체계에선 감시·타격 자산을 동시에 운용하는 데 제한이 있는 등 무인기 대응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합참은 각 군의 합동 방공훈련이 부족했던 점도 원인으로 꼽았다. 기존 훈련에선 우리 헬기를 가상의 적기로 활용하는 등 실제 북한이 운용하는 소형 무인기 형태와는 차이가 있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군 당국은 합참의 전비검열 결과를 바탕으로 소형 무인기에 적합한 작전수행 체계 정립, 합동방공훈련 등 실전적 훈련 실시, 국지방공레이더·드론탐지 재밍(전파방해)시스템·신형대공포 등 전력 조정 배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 보고에는 작전 대응상 미비점만 열거됐고 구체적인 징계 대상이나 절차 등 문책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5대 중 1대가 용산 대통령실 인근의 비행금지구역(P-73)까지 침투했음에도 불구하고 군이 ‘셀프 검열’로 무인기 대응 실패에 책임이 있는 지휘관들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군 관계자는 “이번 전비검열 결과는 무인기 대응 과정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겠다는 계획을 담았다”며 “전비검열 결과가 직접적으로 문책과 연계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