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위로… 79세 나태주 시인의 50번째 신작 시집

입력 2023-01-26 20:34

나태주(79) 시인의 50번째 창작 시집이 나왔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돼 등단한 후 1973년에 첫 시집 ‘대숲 아래서’를 출간했으니 그 후로 50년 동안 1년에 한 권꼴로 시집을 발표한 셈이다.

한 시인이 50권의 창작 시집을 내는 것은 한국 문학계에서 극히 드문 사건이다. 시인의 건강과 성실함이 아니라면 이루지 못할 일이고, 독자들이 계속 사랑해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기록이다.

나 시인의 다작은 서문에 쓴 마이너의 삶에서 나온 것인지 모른다. 그는 자신이 평생 네 가지 마이너로 살아왔다며 시를 쓴 것, 집이 시골인 것, 초등학교 선생으로 일관한 것, 자동차 없이 산 것을 들었다. “서울 같은 곳에는 올라오려고 하지 말고 시골에 눌러살면서 시나 열심히 쓰라”고 한 박목월 선생의 말씀을 실천한 것이기도 했다.

새 시집은 지난 2년간 쓴 시 204편을 묶은 것이다. 일상을 소재로 쉽고 간결한 시어를 사용해 평범한 것들의 아름다움을 예찬하고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시풍은 이번 시집에서도 여전하다. “오늘도 해가 떴으니/ 좋은 날 하자// 오늘도 꽃이 피고/ 꽃 위로 바람이 지나고// 그렇지, 새들도 울어주니/ 좋은 날 하자”는 표제시 ‘좋은 날 하자’와 “괜찮아 서툴러도 괜찮아/ 서툰 것이 인생이란다”로 시작해 “틀려도 괜찮아/조금쯤 서툴러도 괜찮아”로 마무리되는 ‘괜찮아’ 같은 시가 대표적이다.

이번 시집에는 본인의 시론을 펼친 몇 편의 시가 수록돼 눈길을 끈다. ‘당신들의 게토’에서는 “시인이여 유식한 시인이여”를 호명하며 “당신들의 울타리 게토에서 나오라”고 말한다. ‘문학의 길’에서는 시인에게 좋은 시, 좋은 책, 문학상보다 “남들이 좋아해 주는/ 좋은 시 한 편”을 추구하라고 얘기한다. 세 줄짜리 시 ‘시론’은 나태주 시론을 압축하고 있다. “처음 말을 배우는 어린아이처럼/ 말을 하라/ 그 말을 시 아닌 것처럼 쓰라.”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