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가 100% 자회사인 KGC인삼공사를 분리 상장하지 않기로 했다. “KGC인삼공사 분리 상장이 KT&G가 세계적인 건강기능식품 제조사로 도약하는 데 발판이 된다”는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이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T&G는 26일 기업 설명회(IR)에서 KGC인삼공사를 분리 상장할 계획이 당분간 없다는 내용을 밝힐 예정이다. 내부 소식에 정통한 IB업계 관계자는 “KT&G가 증권사와 의결권 자문 기관, 법무법인, 회계법인 등지에서 조언을 받은 뒤 내부 검토를 거쳐 KGC인삼공사를 당장은 분리 상장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KT&G는 KGC인삼공사를 상장할 적기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최근 증시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컬리와 케이뱅크, 11번가, 골프존카운티 등 상장 시장 대어로 꼽히던 기업 여러 곳이 밟던 절차를 중단했다.
또 KGC인삼공사와 경쟁하는 국내 상장 기업 여러 곳이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데다 KT&G 품을 떠나 독립 시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앞서 한국계 싱가포르 행동주의 펀드 FCP와 국내 자산운용사 안다자산운용은 지난 19일 KGC인삼공사 분리 상장을 핵심으로 하는 주주 총회 안건 제안서를 KT&G에 보냈다. KGC인삼공사를 태국계 에너지 드링크 레드불 제조사처럼 리브랜딩해 분리 상장하면 4조원 이상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 밖에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당 2만원 수준의 주주 환원책을 시행하고 15% 이상을 차지하는 자사주도 소각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KT&G는 KGC인삼공사를 분리 상장하지 않더라도 주주 환원책 강화에 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G 측은 KGC인삼공사 분리 상장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IR을 통해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관심사에 대해 시장과 충실히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