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의 기세가 매서운 가운데 한파를 반기는 곳이 있다. ‘얼음나라’ 강원도 화천이다. 화천군의 겨울은 춥기로 유명하다. 이를 바탕으로 색다른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추운 겨울을 뜨겁게 달군다.
대표적인 것이 산천어축제다. 2011년 미국 CNN이 선정한 ‘겨울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힌 이색 겨울축제다. 2003년 시작해 2019년부터 이상기후와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개최되지 않다가 3년 만에 화려하게 돌아왔다. 지난 7일 개막해 오는 29일까지 이어진다. 개막 17일 만에 누적 관광객 100만명을 돌파하며 14년간 ‘밀리언 페스티벌’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산천어축제는 주 프로그램인 얼음낚시뿐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얼음낚시는 ‘계곡의 여왕’ 산천어를 잡는 손맛을 선사한다. 낚시 체험객들은 꽁꽁 얼어붙은 화천천 위에서 얼음구멍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며 물 속 산천어를 살핀다. 털모자와 장갑, 방한화 등으로 중무장한 어린이들도 여념이 없다. 낚시터 곳곳에서는 힘껏 낚싯줄을 당기며 ‘잡았다’라고 외치는 소리가 터져 나오는가 하면 낚싯대를 들어 올리다 다 잡은 고기를 놓쳐버린 강태공들의 아쉬운 탄식도 흐른다. 많은 사람이 몰려 얼음이 깨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축제장 얼음 두께가 40㎝에 달하는데다 축제 기간 매일 재난구조대가 물속에 들어가 얼음의 두께와 강도를 점검한다.
산천어 맨손 잡기 행사장에서는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반소매 셔츠, 반바지 차림으로 물속에 뛰어드는 체험객들로 붐빈다. 물속을 이리저리 헤엄치는 산천어를 좇다가 흠뻑 젖은 몸에서는 하얀 김이 피어오른다. 묘미 중 하나는 직접 잡은 산천어를 그 자리에서 맛보는 것이다. 300마리를 한꺼번에 구울 수 있는 초대형 구이통 옆에서 노릇노릇 익은 산천어는 축제의 맛을 돋운다. 회센터에서 먹기 좋게 회를 떠서 싱싱한 산천어의 맛도 즐길 수 있다. 산천어는 연어과에 속하는 어종으로 물이 맑고 수온이 연중 20도를 넘지 않는 1급수 맑은 계곡에서 서식하는 데다 아미노산, 필수지방산, 비타민 등이 풍부해 몸에도 좋고 맛도 좋다.
썰매장과 봅슬레이, 얼음 썰매 등 곳곳에 마련된 체험 행사장도 빼놓을 수 없다. 집라인으로 하늘가르기, 얼음축구, 컬링, 피겨 스케이트 등 즐길거리가 무궁무진하다. 다양한 모양의 등(燈)이 불을 밝히는 선등거리도 볼거리다. 강을 거슬러 힘차게 올라가는 산천어를 비롯해 각종 동물의 다양한 모습이 조명 속을 유영한다. 2만5000여 개의 산천어등, 그리고 수십만 개의 LED 조명이 형형색색의 빛을 뿜어내며 가족, 연인들의 소중한 추억의 한 조각을 맞춘다.
화천읍에서 북한강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면 화천댐 아래 딴산유원지에 닿는다. 주변의 산과 떨어져 홀로 우뚝 솟아 있어 이름을 얻었다. 높이가 165m에 불과해 아담한 동산에 가깝다. 딴산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전한다. 딴산이 금강산 1만2000봉 중 하나가 되기 위해 금강산으로 가다 이미 다 채워지는 바람에 이곳에 자리잡게 됐다는 얘기와 금강산에 있던 딴산이 장마에 떠내려 와 화천에 머물게 됐다는 설이다.
이곳에 2005년 설치된 높이 80m의 인공폭포가 장관이다. 여름철 시원한 물줄기로 더위를 날려주고, 겨울철에는 거대한 빙벽으로 눈을 즐겁게 한다. 도로변 냇가에 자리하고 있어 접근이 쉬운 데다 초보자에서 고수까지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난이도를 갖춰 중력을 거슬러 빙벽 등반을 즐기는 ‘아이스맨’들이 즐겨 찾는다. 하지만 최근 내린 비 때문에 얼음이 떨어지며 안전상의 이유로 올해는 더 이상 빙폭 등반을 할 수 없어 아쉬움을 남긴다.
빙벽 등반이 아니더라도 딴산에 오를 수 있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길이 이어진다. 전망대에 오르면 풍산리 계곡수와 화천댐 방류수가 만나 이루는 절경이 발아래 펼쳐진다.
딴산 바로 위 화천댐은 파로호(破虜湖)를 낳았다. 금강산에서 발원해 첩첩산중을 굽이굽이 돌아 남쪽으로 내려온 북한강 물줄기가 잠깐 쉬었다 흐르는 곳이다. 당초 ‘대붕호’였던 호수는 1951년 화천댐 공방전에서 국군이 중공군 3개 사단을 물리치고 대승을 거두자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오랑캐를 무찌른 호수’라는 뜻으로 이름을 바꿨다.
간동면 도송리 파로호에는 하트섬이 떠 있다. 화천군이 파로호 상류 말골 수중보에 조성한 하트 모양의 인공섬이다. 170m의 진입로를 걸어 들어가면 그네 의자 등이 설치된 4500㎡ 크기의 공간이 반긴다. 아직 덜 알려져 한적해 가족 나들이 또는 데이트 코스로 인기다. 인생샷을 남기기에도 좋다.
여행메모
숙박 시 오후 7~9시 밤낚시 무료
내비에 ‘도송리 481번지’ 하트섬
숙박 시 오후 7~9시 밤낚시 무료
내비에 ‘도송리 481번지’ 하트섬
산천어축제는 화천읍 화천천에서 열리고 있다. 수도권에서 자가운전으로 간다면 서울양양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쉽고 빠르게 닿을 수 있다.
산천어 축제의 밤낚시는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 남짓 운영된다. 이용요금은 1만5000원이지만, 지역 숙박업소를 이용한 영수증을 증빙하면 무료다. 밤낚시는 주간처럼 붐비지 않는 데다 조황도 좋은 편이다. 매일 밤 최대어를 잡은 주인공에게 금반지를 증정하는 이벤트가 매력이다.
산천어는 회와 구이, 훈제 등 다양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다. 육질이 단단하고 비린내가 없으며 고소하고 담백하다. 엷은 분홍색 또는 노란색을 띠는 육질은 부드러운 듯 달달한 뒷맛을 남긴다. 파로호 선착장에는 매운탕집들이 즐비하다.
하트섬은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내비게이션에 검색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도송리 481번지'를 입력하면 하트섬 진입로 인근까지 안내한다. 입구에 10여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화천은 호반의 고장이다. 화천댐과 평화의댐, 파로호와 춘천호가 화천에 속해 있다. 춘천~화천을 잇는 5번 국도는 호반 드라이브에, 춘천호 붕어섬은 호젓한 산책에 좋다.
화천=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