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거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나 전 의원의 선택에 따라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는 요동칠 전망이다.
나 전 의원이 출마를 결정할 경우, 김기현·안철수 의원과 나 전 의원 간의 ‘3파전’이 예상된다. 특히 나 전 의원이 참전하면, 국민의힘 당권 경쟁은 ‘친윤’(친윤석열) 대 ‘비윤’(비윤석열)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친윤계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는 김 의원을 ‘윤심(尹心)’에서 멀어진 안 의원과 나 전 의원이 협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 전 의원 측은 25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전당대회 관련 입장 발표를 하겠다고 24일 밝혔다. 나 전 의원은 자택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결심은 섰다”고 말했다. 다만 결심 내용에 대해선 “내일 말씀드리겠다”고 대답을 피했다.
현재로선 출마 가능성 쪽에 무게가 더 실려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고려해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선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나 전 의원은 이날 밤늦게까지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출마 기류에 변화가 생긴 것은 사실”이라며 “출마와 불출마 모두 선택지에 올라 있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25일 밝힐 입장문도 직접 쓴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의원은 한 달 넘게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고심해 왔다. 그 과정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되는 등 대통령실과 마찰을 빚었다. 나 전 의원이 윤심에서 멀어졌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의 높은 인지도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무기라는 평가다.
김 의원은 ‘대세론’ 굳히기에 나섰다. 김 의원은 이날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 기자간담회를 열고 “철새 정치인이라거나,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는 정치인의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며 안 의원과 나 전 의원 모두에게 견제구를 날렸다. 오찬메뉴는 ‘연대·포용·탕평’의 앞글자를 딴 연포탕이었다. 친윤계 지지를 구축한 만큼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김 의원은 지난 19일엔 나 전 의원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구에서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졌다. 김 의원은 오는 27일에는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날 예정이다.
안 의원은 김 의원에 대한 견제는 강화하면서 나 전 의원의 출마에 대해선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안 의원은 이날 여의도 한 식당에서 북한이탈주민 약 30명을 초청해 굴떡국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안 의원은 김 의원에 대해서는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 한다고 김치냉장고 산다고 했다가 ‘이제 김·장 연대 없다’고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며 “상황이나 전략에 따라 얘기가 자꾸 왔다갔다 바뀌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반면 나 전 의원에 대해선 “우리 당을 위해서라면 여러 사람이 출마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현수 박성영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