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는 민선 8기 들어 ‘못난이 김치’를 선보였다. 버려지거나 헐값에 넘겨지는 농산물에 ‘못난이’ 이름을 붙여 소비자 입맛을 공략하고 있다. 농가들은 새 소득이 창출되고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맛 좋은 국산 농산물을 만날 수 있어 상생을 실천하는 사업으로 평가된다.
못난이 김치는 가격 폭락 등으로 농민이 수확을 포기하거나 판로를 찾지 못한 배추를 이용해 충북지역 김치제조업체에서 생산한 상품이다. 도의 공공일자리 사업 중 하나인 도시농부 인력들이 수거한 배추를 김치 제조업체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제조 원가를 낮추고 있다. 제조업체도 이를 반영해 시중가보다 저렴한 국산 김치를 만들어 음식점 등에 공급한다. 사업을 제안한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중국산 저가 김치에 대응하기 위한 ‘김치 의병운동’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첫 출하를 시작으로 현재 음식점과 급식소 등에 40t이 공급됐다. 못난이 김치는 해외에서도 판매된다. 일본 에이산 예스마트가 못난이 김치 10t을 수입해 일본 내 24개 매장에서 선보이기로 했다. 베트남 내 100여 체인점을 보유한 K-마켓과 미국 LA홈쇼핑을 통한 수출도 협의 중이다.
못난이 김치 제조에 참여하는 김치 제조업체는 예소담, 청원오가닉, 농공상, 김치나라, 태성김치, 이킴, 제이엠에이치 등 7개다. 이들 업체의 하루 못난이 김치 생산 가능량은 140t이다.
못난이 사과 판매도 3월부터 시작한다. 못난이 사과는 크기가 작거나 껍질에 점이 찍히는 등 상품 가치가 떨어져 주스 가공용으로 싼값에 팔려 나가는 사과를 말한다. 현재 도내에서 생산되는 사과 중 15% 정도가 가공용 신세가 되는데 이들의 절반 이상을 못난이 사과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충북도는 못난이 농산물의 판매를 대행하는 영농법인을 설립해 운영하면서 중장기적으로 타 시·도가 운영하는 종합무역상사처럼 확대할 방침이다. 경북통상, 경남무역, 강원수출처럼 민·관 출자 방식의 종합무역상사를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24일 “못난이 김치 사업은 수입산에 점령당한 김치시장을 되찾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올해 못난이 김치나 사과 등을 판매 대행하는 영농법인을 설립해 운영하면서 이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했던 부족한 일손은 도시농부로 해결한다. 농가 일손을 돕고 향후 농촌 정착까지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소멸 위기를 맞은 농촌을 살리기 위한 사업이다.
도시농부는 작물 재배 기초교육을 받은 후 고추 식재, 사과 꽃따기, 감자 캐기 등 영농현장에 투입된다. 대상은 20~75세 청년, 은퇴자, 주부 등 비농업 유휴인력이다.
농가가 시·군별 농촌인력중개센터에 인력 지원을 요청하면 일손이 남는 도시농부를 모집해 보내주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1인당 인건비 6만원 중 40%는 도와 시·군이 보조한다. 나머지 60%는 농가 부담이다.
농가에서 하루 4시간 일손을 돕고 2만5000만원의 교통비를 받는 생산적 일손 봉사와는 개념이 다르다. 생산적 일손 봉사는 말 그대로 봉사활동이지만 도시농부 사업은 농가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일을 하는 단기 근로에 해당한다. 도는 도시 유휴인력을 활용해 농촌일손을 해소하고 귀농·귀촌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미래 농업 산업을 이끌 스마트 팜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스마트 팜 선도 농가를 중심으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교육·연구·관광 등 복합단지를 조성한다.
우선 오는 6월 괴산군 불정면 콩 생산단지에서 스마트 팜이 본격 운영된다. 불정면 탑촌리와 목도리 일대 53㏊ 콩 재배단지가 스마트 팜 시범단지로 전환된다. 지역 52농가가 참여한다.
비닐하우스나 온실을 자동화하는 사례는 점차 늘고 있지만 대규모 노지에 스마트 팜이 도입된 사례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스마트 팜에서는 트랙터 등 농기계가 자동으로 밭을 갈고 드론이 콩 생육 상태, 병충해 발생 상황을 자동 탐지, 비료 주기와 방제를 자동화하는 시스템이 도입된다. 콩 선별은 물론 재고 상황 등 각종 데이터를 자동으로 파악하는 관제센터를 갖춘 유통가공시설을 갖춘다.
이미 지난해 12월 노지 스마트농업 기반 확충을 위해 지원센터가 준공됐다. 불정면 탑촌리 3886㎡에 들어선 노지 스마트농업 지원센터는 초고속 네트워크와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시스템을 갖춰 생육환경 정보와 재배이력 데이터를 수집한다. 수집한 데이터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로 분석해 자동으로 물을 주고 온습도를 맞추게 하는 등 최적의 재배 환경을 구현한다. 재배·가공·유통과정의 농산물 이력 관리에도 활용한다.
농업인 공익 수당도 올해부터 확대 지원한다. 지원 대상에 어업인이 추가되고 지급액도 연 50만원에서 60만원으로 오른다. 공익수당 지급을 제한하는 농어업 외 소득 기준을 종전 연 2900만원에서 37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수혜 대상을 확대했다. 군인 연금, 공무원 연금, 사학 연금 등 연금을 받는 귀농인도 농어업인 공익수당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8만명인 도내 수혜 대상자는 올해 9만300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김영환 충북지사
“스마트 팜 적극 도입해 농업 업그레이드할 것”
“스마트 팜 적극 도입해 농업 업그레이드할 것”
“충북은 대한민국 스마트농업의 테스트베드가 될 것입니다.”
김영환(사진) 충북도지사는 24일 “청년들을 농촌으로 유인해 세대를 교체하고, 미래농업에 적합한 스마트 팜을 적극 도입해 농업형태를 업그레이드할 것”이라며 “AI 과학영농 실현을 위해 한걸음 나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농촌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충북의 발전을 더 이상 생각할 수 없다”며 “충북의 농업과 농촌을 살리는 데 전력을 다해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농촌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르다. 도시의 유휴인력을 효과적으로 농촌에 공급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한테만 의존하는 농업은 안 된다”며 “농가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매년 심화되고 있는데 도시에는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판로를 찾지 못하는 농산물을 판매하는 방안도 다양하게 모색하고 있다. 김 지사는 과잉생산으로 판로가 어려운 농산물을 갈아엎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못난이 김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못난이 김치는 도내 농가에서 생산한 판로 확보가 어려운 농산물을 상품화하고 브랜드화한 착한 가격의 농산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배추를 시작으로 감자, 고구마, 사과, 옥수수 등 다양한 못난이 농산물을 확대할 것”이라며 “농민들의 구슬땀과 노력의 결실이 헛되이 버려지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그러면서 “못난이 김치의 지속적인 생산과 공급을 위해 농산물 생산부터 가공·유통, 해외 수출, 대량 소비처 확보까지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농부가 많은 충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