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윤정희(본명 손미자)가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별세했다. 향년 79세.
고인은 1960~70년대 문희 남정임과 함께 1세대 여배우 트로이카로 인기를 끌었다. 2010년에는 이창동 감독의 ‘시’에 주연으로 출연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알츠하이머병을 앓던 고인은 피아니스트인 남편 백건우, 딸 진희씨와 함께 프랑스에 거주했다.
윤정희는 1944년 부산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성장했다. 대학 재학 중이던 66년 신인배우 오디션을 거쳐 이듬해 김래성 소설 원작 영화 ‘청춘극장’으로 데뷔했다. 이 작품으로 대종상과 청룡영화상에서 각각 신인상·인기상을 수상했다.
고인은 특정 장르와 캐릭터에 국한하지 않고 330여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한국영화계를 이끌었다. ‘안개’(1967) ‘천하장사 임꺽정’(1968) ‘자유부인’(1981) ‘위기의 여자’(1987) ‘만무방’(1994) 등이 대표작이다.
작품활동으로 바쁜 가운데 중앙대 연극영화과 대학원에 진학해 ‘영화사적 측면에서 본 한국 여배우 연구: 1903-1946년을 중심으로’ 논문을 써 한국 최초의 석사 여배우가 됐다. 73년엔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고 76년 파리에서 활동하던 백건우와 결혼했다. 이후 파리3대학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만무방’으로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뒤 활동이 뜸했으나 16년 만에 ‘시’로 복귀했다. 시 창작 수업을 듣는 노년 여성 양미자 역을 맡아 대종상, 청룡영화상, LA비평가협회, 시네마닐라국제영화제 등 국내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고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수여하는 문화예술 기사 훈장도 받았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