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9월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와 원전 주변 기기 계약 절차 간소화 협정을 맺었다. 그해 11월에는 조달전략팀 직원들이 미국 웨스팅하우스 본사를 방문했다. 두 달 전 이런 내용을 담은 기사를 보도했다. 정보공개청구 사이트에 대국민 공개용으로 올라온 한수원 내부 문서를 보고 작성한 기사였다.
당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황주호 한수원 사장과 통화했다. 황 사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 보고받은 것도 없고, 내용이 제가 아는 것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한수원은 본보 보도가 나간 이후 따로 해명자료를 내지 않았다. 사실상 보도를 인정한 것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해 10월 한수원을 상대로 지식재산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와 원전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할 만큼 큰 이슈였다. 그런 상황에서 황 사장이 한수원의 웨스팅하우스 관련 동향을 몰랐다면 원전 공기업 수장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한 것이고, 알고도 거짓말을 했다면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한 처사다.
당시 한수원 측은 국민일보 보도를 두고 “소송전에 악영향을 미치고,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수차례 수정을 요구했다. 그렇게 중요한 자료였다면 공개를 한 자체가 잘못이다.
이참에 전근대적인 한수원의 조직문화도 바꿔야 한다. 기자가 황 사장과 통화한 직후 한수원 홍보팀은 “여기저기 전화를 하면 곤란하다”고 날을 세웠다. 함부로 사장과 통화하지 말라는 강요로 받아들여졌다.
윤석열정부가 원전 산업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에서 한수원 특유의 서열주의와 비밀주의가 계속된다면 원전 부흥은커녕 제2, 제3의 원전비리가 터질지도 모를 일이다.
박세환 경제부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