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수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부와 최전방 실행부대 격인 한국수력원자력 간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균열이 엿보이는 지점은 원전 수출 경쟁의 첫 단추 격인 ‘협력의향서(LOI·Letter of Intent)’에 대한 인식 차이다. LOI 체결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정부와 달리 한수원은 LOI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원팀’이 돼도 쉽지 않은 원전 수출 과정에서 이와 같은 인식 차이가 자칫하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LOI에 대한 한수원 인식은 국민일보 보도관련 설명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한수원은 지난 16일 불가리아가 신규 원전 건설 추진 당시 LOI를 제출했던 내용을 보도한 본보 기사에 LOI 제출이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국민일보 1월 16일자 16면 보도). 한수원은 설명자료에서 “2019년 5월 불가리아 정부는 단순히 참여의향이 있는 공급사에 LOI 제출을 요청해, 한수원은 LOI를 제출한 바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는 LOI가 지닌 성격을 보면 꼭 틀린 말은 아니다. LOI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가 아니다. 설령 LOI가 체결됐다고 하더라도 본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LOI가 특정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입찰자의 의지를 피력하는 문서란 점을 보면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실제 정부는 그 무게를 엄중하게 평가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0월 폴란드전력공사, 민간 발전사인 제팍(ZEPAK)과 한수원이 체결한 LOI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 LOI는 폴란드 패트누브 지역에 한국형 원자로인 ‘APR1400’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폴란드 정부가 본계약 전까지 경쟁 입찰을 붙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이 LOI는 힘이 실렸다.
야체크 사신 폴란드 부총리 겸 국유재산부 장관은 LOI 체결식에서 본계약 성사 가능성을 묻는 기자 질문에 “짧게 대답하자면 100%”라고 답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18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사신 부총리와 만나 양국 간 LOI 체결을 제안했다. 사신 부총리가 지난해 10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에 이어 두 번째 제안이기도 하다.
사신 부총리는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19일 “복잡한 원전 수출 단계에서 LOI는 차근차근 밟아가는 계단 중 하나다. 당연히 중요한 일”이라며 “한수원이 그런 자료를 냈는지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