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홍준표와 나경원

입력 2023-01-20 04:11

‘부창부수(夫唱婦隨)’는 남편이 노래를 부르면 아내가 따른다는 의미다. 부부가 화합하고 뜻을 같이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주로 사용된다. 요즘 국민의힘에서 부창부수는 공격용 단어로 등장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8일 “부부가 좋은 의미로 부창부수 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출세 욕망으로 부창부수 한다면 그건 참 곤란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나경원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와 남편인 김재호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의 대법관 예정설을 동시에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자 나 전 의원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가족까지 공격하는 무자비함에 상당히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홍 시장은 나 전 의원에 대한 비판 강도를 계속 높여왔다. 지난해 10월엔 ‘이미지 정치인’이라고 비판했고, 지난달엔 “집요하게 내부 디스만 하던 사람”이라고 했다. 지난 3일엔 “잔박(잔류한 친박계)과 야합해 당 지도부에 입성했던 수양버들 같은 사람”이라고 했고, 9일에는 “친이에 붙었다가 잔박에 붙었다가 또 친윤에 붙으려고 한다”고 했다.

홍 시장과 나 전 의원의 사이가 틀어진 것은 오래전부터다. 홍 시장은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나 전 의원을 겨냥해 “거울 보고 분칠이나 하는 후보”라고 말했다가 당 안팎에서 비판받았다. 2017년엔 나 전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며 “보수의 혁신, 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홍준표 대표의 막말”이라고 비판했다. 나 전 의원은 2018년에도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 시장의 당 운영에 공개적인 비판 입장을 취했다. 홍 시장은 2년 뒤인 2019년 나 전 의원의 ‘달창’ 발언을 지적하며 “무심결에 내뱉은 달창이란 말이 보수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인에게 가장 가슴 아픈 공격이 가족에 대한 공격이라고 한다. 자신에 대한 비판은 참을 수 있지만, 가족에 대한 비판은 참기 힘든 분노가 생긴다는 게 여러 정치인의 전언이다. 원래부터 좋지 않았던 두 정치인의 사이가 부창부수 발언으로 회복되기 힘든 수준으로 악화된 것 같다.

남도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