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비친 돌은 나뭇가지를
나뭇가지는 개의 얼굴을
한다
작별 인사를 하는 것처럼
작별 인사는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돌이 나무에게 나무가 개에게
흔들려서
손을 흔들었고
돌을 닮은 개에게
개를 닮은 돌에게
한다
누가 누군지 모른 채
한다
“안녕”
한다
하고
안녕은 밀려난다
물처럼
…(중략)
나를 보며
개의 얼굴이 짖는다
가까워지려고
나는 돌을
한다
-김석영 시집 '돌을 쥐려는 사람에게' 중
“한다”는 말이 반복되며 극히 적은 글자로 구성된 이 시에 의미와 리듬을 풍성하게 조성한다. 뭘 “한다”는 것일까. 계속 궁금해하며 읽게 된다. 2022년 제41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