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령받고 반정부투쟁” 민주노총 본부 압수수색

입력 2023-01-19 04:08
국가정보원과 경찰 수사관들이 18일 밤 서울 중구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을 들고 나오고 있다. 공안 당국은 민주노총 일부 간부들이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선해 지령을 받은 혐의에 대해 동시다발적인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이한결 기자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민주노총 간부 등이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선해 지령을 받은 뒤 국내에서 반정부 투쟁을 전개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공 혐의로 민주노총 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건 처음있는 일이다. 노동계를 비롯한 진보진영은 “윤석열정부의 공안 탄압이 시작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정원과 경찰은 1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과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사무실 등 전국 10여곳에서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민주노총 현직 국장급 간부를 비롯해 보건의료노조 간부, 전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 간부, 제주도의 세월호 활동가 등 4명으로 파악됐다. 이들의 자택과 사무실, 차량 등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민주노총 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은 피의자인 간부가 근무하는 사무실에 한정됐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영장 집행을 막아서면서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대치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공안 당국은 이들이 2016~2019년 캄보디아 프놈펜과 베트남 하노이 등에서 북한 노동당 대남공작 조직인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을 접선해 지령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보안법 8조(회합·통신)를 위반한 혐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각종 반정부, 반미 투쟁의 배경에 북한이 있고 여기에 민주노총 일부 간부가 연계된 흔적이 있다는 게 당국의 의심이다. 공작금을 받았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국정원과 경찰은 최근 제주와 경남 창원 등 전국 각지에서 북한 지령을 받은 노동계 인사들이 지하조직을 결성했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는 중이다. 이날 압수수색은 최근 집중수사를 받는 이른바 ‘ㅎㄱㅎ’(한길회 추정)이나 창원 간첩단 의혹 등과 직접적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간첩망을 수사 중이라는 뜻이다.

국정원 측은 “수년간 내사한 사건”이라며 “강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증거를 토대로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아직 수사 초기라 구체적으로 혐의를 언급하긴 어렵지만 법적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통상적인 범위를 넘어섰다”며 반발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정부가) 잘 짜인 그림을 그리려 한다. 과도한 대응에는 뭔가 의도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19일 오전 10시 사무실에서 ‘공안정국 규탄’ 기자회견을 연 뒤 오후 1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시민사회단체들과 연이어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김판 양한주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