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8일 지난해 일몰된 안전운임제를 표준운임제로 바꾸고, 3년간 일몰제로 재도입하자는 방안을 내놨다. 화물연대가 지난해 두 차례 파업하며 요구해 온 안전운임제 연장과 품목 확대가 정부안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같은 날 파업 과정에서 현장조사를 방해한 혐의에 대해 화물연대를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시작된 민주노총을 겨냥한 전방위 압박이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공청회를 열고 표준운임제 도입과 지입제 폐지 등을 담은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표준운임제는 화주와 운수사 간 운임을 가이드라인 방식으로 제시해 운임제 적용 대상 차주의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운송원가를 공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화물차주가 받는 운임을 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화주나 운수업체에 과태료를 물리는 기존 안전운임제와는 달리 처벌 규정이 없다.
품목은 기존 안전운임제에 적용하던 시멘트와 컨테이너로 제한된다. 화물연대가 요구한 품목 확대도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표준운임제를 3년 일몰제로 2025년 12월까지 운영해보고 기존 안전운임제와 비교해 성과 분석을 한 뒤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운송 일감을 제공하지는 않으면서 위·수탁료만 받는 지입회사를 시장에서 퇴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화물연대는 반대 목소리를 냈다.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은 “정부안은 대기업 화주 책임을 삭제하고 차주에게만 칼날을 들이미는 것”이라며 “안전운임은 과로, 과적, 과속 방지를 위한 최소한 운임이다. 표준운임제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협의체 논의 결과와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검토해 최종적인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차주들은 사실상 최종안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차주들은 정부안을 비판하며 공청회 토론자들 발언 도중 고성을 지르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공정위는 지난달 세 차례 현장조사를 방해한 화물연대를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화물연대가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이 있었는지 살피기 위해 현장조사에 나섰는데, 건물 입구를 봉쇄하고 진입을 저지하면서 조사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화물연대를 노동조합이 아닌 사업자단체로 본 것인데, 조사방해 행위 자체만으로 전원회의 심의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물연대는 “공정위의 부당 공동행위 조사는 위법하고 부당한 것”이라며 “대기업의 갑질과 권력을 제어하라고 만든 공정거래법을 노동자를 때려잡는 데 이용하는 기만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건설 현장 불법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조치에도 나선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날 건설 현장 내 불법행위를 전수조사한 결과 82개 공구에서 불법행위 270건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철근콘크리트 하도급사가 건설노조의 채용을 강요하거나 타워크레인 월례비, 근로시간 단축 등을 요구해 2개월간 공사가 중단되는 등 불법행위가 다수 있었다는 것이다. 노조원 채용과 장비 사용 강요, 레미콘 운송거부로 공사가 중단됐던 창원명곡지구와 관련해서는 업무방해, 강요죄 등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제기하기로 했다.
세종=심희정 권민지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