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18일 공안 당국이 서울 중구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서자 거칠게 반발하며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고 욕설이 오가는 등 대치가 이어졌고, 정오 무렵에서야 국가정보원과 경찰 수사관 일부가 사무실 안으로 진입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본부가 압수수색을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정원과 경찰은 민주노총 간부들의 국보법 위반 혐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오전 9시쯤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을 찾았다. 경찰 700여명이 투입돼 건물 출입을 통제했다. 소방은 돌발 상황에 대비해 추락 방지용 에어매트리스까지 설치했다. 민주노총 측은 수사관에게 “변호사 입회하에 진행하자”며 진입을 막아섰다.
대치가 격해지면서 고성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인간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13층 사무실 입구 앞을 막아섰다. 수사관들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며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혐의를 읽자 민주노총 측은 “언제 적 국보법이냐. 미친 거 아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증거인멸이 있어서 진입하겠다”고 말하는 수사관에게 이름을 밝히라고 요구하면서 “양아치야? 여기 왜 왔어” “국정원 ×××들” 등 욕설을 하기도 했다.
50여분의 대치 끝에 오전 9시50분쯤 일부 수사관이 민주노총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진입 후에도 사무실 밖 수사관과 진입을 저지하는 민주노총 관계자들의 대치는 한동안 계속됐다. 민주노총은 압수수색 과정을 유튜브 계정을 통해 ‘긴급 생중계’라는 제목으로 송출했다. 압수수색은 오후 8시15분쯤 종료됐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에 따르면 수사관들은 피의자로 지목된 간부의 사무실에 진입해 소지품 등을 압수수색했고, 이날 정오쯤부터는 해당 간부가 사용하는 사무실 캐비닛 등을 들여다봤다. 한 대변인은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본부 건물 앞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고 “통상적으로 국보법 사건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수준을) 많이 오버하고(넘어서고) 있다”며 “마치 체포영장을 집행하듯 병력이 밀고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