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이 청소노동자 임금 인상안에 합의하고도 인상액만큼의 소급분 지급을 미루고 있다. 해당 대학은 함께 집단교섭에 나선 덕성여대까지 협상이 끝나야 지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학교 측이 의지만 있으면 처리할 수 있는 일을 미루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대학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소속 대학사업장 13개 중 고려대 성신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4개 학교가 청소노동자의 2022년도 시급을 9790원으로 400원 인상하는 안에 합의하고도 아직 소급 인상분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학교 측이 청소노동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돈은 1인당 약 100만원이다.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목돈이다. 연세대 청소노동자 A씨는 “요즘은 물가가 너무 올라서 우리 시급으로는 한 달을 버티기도 어려울 지경”이라며 “설 명절이 코앞이라 아직 소식이 없는 소급분을 기다리는 조합원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노동자 B씨는 “설 상에 세뱃돈까지 돈이 얼마나 많이 들겠느냐”라며 “받아야 할 돈이고, 예산이 있는데도 지급하지 않는 학교와 용역업체가 너무 야속하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집단교섭의 성격상 덕성여대를 포함한 서울지부 전체의 최종합의서가 나와야 절차를 밟아 소급분을 지급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연세대 관계자는 “소급분을 지급하려면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변경해야 하는데, 이는 (서울지부) 최종합의서를 첨부해 총장의 재가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관계자도 “아직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 학교 입장”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도 교섭의 법적 효력이 있기 때문에 각 대학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지급할 수 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의 김덕현 변호사는 “잠정합의안이라도 법적으로 단체협약의 효력을 지니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실제 이화여대의 경우 자체적인 지급 준비 절차에 들어간 상황이다. 서강대 홍익대 숙명여대 등 나머지 참여 사업장도 소급분 지급을 마쳤다.
한편 집단교섭의 ‘마지막 조각’인 덕성여대는 교섭 자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곳 청소노동자들은 최근까지도 서울 도봉구와 종로구의 덕성여대 캠퍼스에서 시급 400원 인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학교 측이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청소노동자 두 명의 임금을 삭감하는 등 노사 갈등이 거세지고 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