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올해 물가 중점 두며 경기안정도 고려”

입력 2023-01-19 04:05
사진=연합뉴스

이창용(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올해는 물가에 중점을 두면서도 경기 안정과의 트레이드 오프(상쇄)를 고려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긴축 정책을 유지했던 한은이 올해에는 경기침체 본격화를 고려한 보다 완화된 통화 정책을 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지난해는 5% 이상의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를 잡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3일 기준금리 0.25% 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간담회에서도 “올해 물가 상승률이 3%대까지 내려간다면 경기를 함께 고려하는 통화 정책을 운용하겠다”며 연내 기준금리 인상 종료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물가가 빨리 안정세를 찾을지는 미지수다. 올해 국제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그동안 누적됐던 비용 인상 압력이 전기·가스료에 뒤늦게 반영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속도가 주요국보다 더딜 수 있다는 게 이 총재 분석이다. 그는 “향후 통화 정책을 운용하거나 시장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이런 차이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과 관련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가계 등) 부채로 인해 한국 금융 시스템에 단기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부동산 관련 어려움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 “현재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이 0.6% 수준인데 2011년 금융 위기 때는 15%까지 올랐었다.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면 가계대출 연체율도 당연히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비율이 높고 가계 자산의 부동산 의존도가 높다는 구조적인 약점을 이번 기회에 해소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올해 희망 요인으로는 국제 유가 안정과 주요국 경제 경착륙 우려 완화, 중국 경제 정상화 세 가지를 꼽았다. 이 총재는 “국제 유가가 안정돼 정책 운신의 폭이 넓어졌고 유럽 날씨가 따뜻해 경착륙 가능성이 낮아졌다”면서 “한두 달 뒤 중국 경제가 정상화하면 성장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이 18일 기준금리 인상을 유보한 데 대해서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행이 4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주요국과) 금리 차이가 워낙 커 당분간 자금 유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