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가 세 갈래 방향에서 삼각 파고로 압박해 들어가고 있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현직 제1야당 대표 최초로 검찰에 소환된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으로도 검찰 조사가 예고돼 있다.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및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도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모두 이 대표가 성남시장·경기지사 재임 당시 추진했거나 진행된 사업과 얽힌 사건이다. 이 대표는 관여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18일 대장동 사건 ‘키맨’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를 다시 불러 조사했다. 이 대표 직접 조사에 대비한 사실관계 다지기 차원이다. 검찰은 이 대표를 상대로 대장동 사업의 초과이익 환수조항 배제 및 용적률 상향, 1공단 공원사업 분리 등을 통해 성남도시개발공사 몫 개발이익이 대장동 민간사업자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과정에 개입했는지 추궁할 방침이다.
이 대표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비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수수한 뒷돈의 성격 및 종착지 의혹도 규명 대상이다. 검찰은 “대장동 수익 배분 구조를 정 전 실장을 통해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진술 등을 토대로 방대한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실장은 지난 17일 검찰 조사에서도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선 정면 대응에 나섰다. 성남 지역 기업들이 성남FC에 160억여원의 후원금을 낸 제3자 뇌물 혐의와 관련해 검찰에 제출한 6장 분량의 진술서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적법하고 정당한 행정이었으며,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지난 10일 피의자 조사를 받으며 수사 상황을 파악한 이 대표가 가장 앞선 피고인 성남FC 사건부터 반격에 착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공개한 진술서 내용은) 법률적 변론이 아닌 정치적 항변으로 본다”고 했다.
일부 법조인은 진술서 내용 중 이 대표가 성남FC에 지급된 자금의 성격을 “후원금이 아닌 광고비”라고 한 것과 “구단 광고 영업에 관여한 바 없다”고 주장한 대목을 법리 측면의 반박으로 평가했다. 반면 검찰은 기업 현안과 지자체장의 인허가권을 매개로 부정한 청탁과 돈이 거래됐다면 혐의가 성립한다고 본다. 재경지법의 한 법관은 “제3자 뇌물 관련 판례는 구체적 대가성보다 직무 관련성에 초점을 맞추는 추세”라며 “지자체장이었던 이 대표의 관여 정도와 부정한 청탁에 대한 해석이 쟁점”이라고 말했다.
해외 도피 8개월 만에 체포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수사도 이 대표를 향해 나갈 것이 확실시된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김 전 회장에 대해 수천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귀국 후 연이틀 고강도 조사를 받은 김 전 회장은 쌍방울 전 재경총괄본부장이자 태국에서 송환 거부 소송을 벌이고 있는 ‘금고지기’ A씨가 자금 관리를 담당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A씨에게 최대한 귀국을 늦추라고 지시한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은 김 전 회장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이 대표와의 연관성 및 쌍방울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까지 관련 사건 전반을 규명할 방침이다.
양민철 조민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