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강력한 신호… 조용병 이어 손태승도 “연임 포기”

입력 2023-01-19 04:03

손태승(사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18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면서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이어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한 두 번째 연임 포기 선언이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금융그룹 회장들의 ‘10년 장기 집권’ 관행에 브레이크를 잡는 기조가 공식화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압박→버티기→압박 고조→세대교체 선언’이라는 금융그룹 수장 물갈이 수순이 굳어지고 있다는 평이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 회장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며 “앞으로 이사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완전 민영화의 가치를 바탕으로 그룹의 발전을 이뤄갈 능력 있는 후임 회장을 선임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이날 오후 예정됐던 우리금융 임추위 첫 회동에 앞서 이사회에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손 회장 결정에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우리은행의 라임 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업무 일부 정지 3개월과 함께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제재 결정을 내렸다. 문책경고를 받은 사람은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데 금융당국에선 손 회장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얘기 없이 소송 이야기만 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불편하게 느낀다”면서 손 회장을 향한 사퇴 신호를 거듭 던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3연임을 포기한 조 회장을 거론하며 “리더로서 개인적으로 매우 존경스럽다”고 치켜세우며 손 회장을 압박했다.

금융당국의 거센 압박에도 손 회장은 한동안 버티기 스탠스를 유지했다. 하지만 결국 마감 시한까지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물러났다. 금융회사 등 이사회 과점주주들이 손 회장에게 등을 돌리면서 연임 시도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손 회장 연임에 부정적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각종 수익이나 사업 확대가 사실상 금융당국의 정책 결정에 달린 상황에서 이사회마저 부정적 기류를 보이자 손 회장이 손을 든 것”이라고 말했다.

3연임 중인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역시 임기를 마치는 오는 11월 세대교체 바람에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손 회장 후임에는 내부 출신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금융당국 압박으로 손 회장이 물러난 마당에 모피아 출신 등 외부인사가 오를 경우 관치 논란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내부에서는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권광석 전 행장, 정원재 전 우리카드 사장 등이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외부 출신 후보군에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이 거론된다.

우리금융 차기 회장 후보는 다음 달 확정될 전망이다. 임추위는 이날 1차 후보군인 10명 안팎의 ‘롱리스트’를 추린 데 이어 2~3명의 최종 후보인 ‘숏리스트’를 정할 예정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